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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고려 유적 발견 됐지만…등산객에 짓밟히는 북한산성
-등산로에 위치한 북한산성…유네스코 등재 추진
-단풍철 맞아 행락객 북적…성벽 넘어다니며 음주
-발굴지역은 문화재법상 처벌 가능…단속엔 한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어휴 사람 너무 많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 안 나오게 사진 찍고 내려가자.”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 지난 달 29일 오전의 북한산은 등산객으로 북적였다. 유적지로 지정된 ‘백운동암문’에서 정상인 백운대(해발 835.5m)까지 이어진 약 200m의 좁은 바위길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시장통’을 연상케했다. 성미 급한 일부는 등산로 한켠에 위치한 돌축대를 짓밟고 기어오르고 넘어다녔다. 백운동암문에서 이어진 사적 제162호. 북한산성 성벽이다.

29일 북한산 등산로에 있는 북한산성 성벽에 등산객들이 자리 잡았다. 출입금지 푯말이 무색하다. [사진=김진원 기자 / jin1@heraldcorp.com]

북한산성이 몸살을 앓고 있다.

등산객들은 성벽을 딛고 올라갔다. 북한산성의 문화재적 보전가치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단속 및 처벌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인파를 뚫고 힘겹게 백운대를 다녀온 등산객은 등산로를 따라 공터와 바위틈에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쳤다. 팩소주와 캔맥주, 막걸리병을 늘어놨다. 출입금지 푯말을 넘어다녔고, 등산용 배낭에 찔러 넣은 스틱이 사방팔방을 찔렀다.

일부는 북한산성 성벽 위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다른 등산객들이 사진에 나온다는 이유였다. 이를 보던 사람들 중 “어휴 저렇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볼멘소리를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북한산성은 남한산성의뒤를 이어 세계문화유산(UNESCO)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아직 발굴 조사가 진행중이다. 지난 31일에는 고려시대 축성기술을 엿볼 수 있는 고려 중흥산성 유물층이 무더기로 발견될 정도로 의미가 깊다.

학계는 이번 발굴조사로 그동안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중흥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자료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반색하고 있다. 또 북한산성에는 조선시대 행궁(유사시 국왕의 피난처로 사용되는 별궁)터가 남아 있어 발굴 및 복원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산성 유적지 발굴현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처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북한산성이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기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산성 조사는 구간별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다”며 “발굴 조사 현장은 문화재보호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그 외 성벽 구간에서는 고의적으로 성벽을 훼손하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무단출입을 이유로 적발하고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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