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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혈한다며 20대 여성 환자 바지 내린 인턴의사…법원 ‘강제추행’ 유죄
-대법, “성욕 만족하려는 의도 없어도 환자가 성적 수치심 느꼈으면 유죄”
-“환자는 성적 수치심 느낄만한 의료행위와 그렇지 않은 의료행위 선택할 권리 있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입원 중인 여성 환자의 혈액을 검사한다며 바지와 속옷을 내린 30대 남성 의사에게 강제추행의 유죄가 확정됐다. 의사의 의료행위가 성욕을 만족하려는 동기가 없었다고 해도 환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행위였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의료행위 중 발생한 범죄로 피해가 경미하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수련의 김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선고 유예는 죄를 지은 것은 인정되지만 피해가 경미해 일정기간 형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유예 일부터 다른 사고 없이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免訴) 처분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대법원 전경

2015년 5월부터 전남의 한 대학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그해 10월1일과 3일 혈액배양검사를 위해 채혈을 해야 한다며 고열로 입원한 20대 여성 환자의 바지와 속옷을 내린 혐의로 기소됐다. 여성 환자는 계속 거부했지만 김씨가 2차례나 별다른 설명 없이 바지와 속옷을 갑자기 잡아내려 심한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환자의 사타구니 동맥 채혈을 위해 하의를 내린 것은 정상적인 의료행위에 해당 한다”며 “당시 환자가 동의한 것으로 인식하고 채혈을 진행하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채혈은 정맥이 지나가는 팔뚝에서 하지만 채혈량이 많을 경우에는 골반 부위를 지나는 동맥에서 피를 뽑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는 성적 수치심을 야기할 만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사타구니 동맥 채혈)와 그렇지 않은 의료행위(팔뚝 부위 등에서 정맥 채혈)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전제하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치료목적을 위해 환자의 하의를 탈의하는 등 행위가 필요하더라도 의사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기 전 설명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이와 같은 피해자의 권리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환자의 바지를 내려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게 했다”며 추행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의료행위 중 일어난 비교적 경미한 범죄고, 김씨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벌금 300만원에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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