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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박승균 경기북부소방본부 심리상담팀장 인터뷰] “사명감 있지만, 우리마음의 상처는 깊죠”
소방관 상담건수 4년새 10배 급증
‘동료들과의 상담’에 큰 공감대


“소방관들은 타인의 생명을 구조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지만, 참혹한 사고현장이나 극한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보니 속으로는 점점 상처가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소담팀)도 얼마전까지 함께 불끄고 생명을 구하던 동료이기에 그 아픈 마음을 더 잘 다독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앞두고 경기도 구리소방서에서 만난 박승균 소방위가 본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박 소방위는 현재 전국 최초로 전문소방상담사 자격을 갖춘 소방관들이 동료 소방관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ㆍ트라우마) 치료를 맡기 위해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가 설치한 ‘소담팀’의 팀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소곤소곤 담소’와 ‘소방공무원 상담’이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소담팀에는 박 소방위를 비롯해 이숙진 소방장, 최지선 소방교 등 현직 소방관 3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 모두 심리학 석사,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한 전문상담사다. 특히, 소담팀은 소방공무원의 순직이나 자살사건등 소방관의 긴급상황 발생시 24시간 이내 현장으로 출동해 위기상황 스트레스해소 상담을 하고 있다.

소담팀이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특히, 소담팀은 소방공무원의 순직이나 자살사건등 소방관의 긴급상황 발생시 24시간 이내 현장으로 출동해 위기상황 스트레스해소 상담을 하고 있다. [제공=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박 소방위가 위기심리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스스로 겪었던 심리적인 아픔 때문이었다. 박 소방위는 “화재나 대형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다보면 참혹한 장면을 수시로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런 상황들이 10여년 넘게 이어지며 상처로 남았다”며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동료들을 구출하자는 생각에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 소방위는 자신이 겪었던 심리적 고비를 많은 동료들도 겪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바른정당 소속 홍철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정신과 병원 진료 및 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작년 5087건으로 4년 새 약 10.5배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부터 정신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현실이 늘 안타깝다는 것이 박 소방위의 설명이다.

동료 상담의 효과를 알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해당 팀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3년 시카고 소방서는 45명의 동료상담사로 구성된 ‘게이트키퍼 프로그램(Gatekeepers Program)’이란 이름의 일리노이 소방관 동료 상담팀을 구성했다.

박 소방위에게는 작은 바람도 있다. 그는 “동료 상담의 가치가 좀 더 널리 알려져 현재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운영되는 소담팀이 경기북부소방본부에서 정식팀으로 발족하고, 전국 다른 소방본부에서도 비슷한 조직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리=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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