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란 시간 주어졌던 수능개편…결국 결론없이 1년 유예 -교육 비정규직 정규화, 논의 끝 사실상 ’원점‘…갈등만 증폭 -“정부, 소통과 더불어 정책에 대한 주관과 갈등 조정능력 필요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문재인 정부가 공약 등을 통해 고강도 혁신을 예고했던 교육 분야에서 강한 반대 여론 등의 암초를 만나 주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해 당사자들간의 극한대립 구도를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향후 대응에 따라 정부의 전체 개혁 동력에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혁신을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안으로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문제와 교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들 수 있다.

[뉴스탐색]‘수능개편ㆍ교원 비정규직 전환’ 졸속추진…사회갈등만 키운 교육부
지난달 31일 오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능 개편 시안 2개 중 하나를 확정하려 했지만 고교학점제, 고교내신절대평가제 등 문재인 정부의 종합적인 교육철학을 반영하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수능 개편안 최종 확정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교육부의 결정을 두고 다수의 교육관련 시민단체와 교원단체 등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졸속으로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발표한 곳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수능 체제 개편을 예고하고 2015년 9월 새로운 교육과정을 확정하면서 올해 2021학년도 새 수능안을 발표하기로 계획했었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4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시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으로 갑자기 정부가 바뀌어 새 정부가 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도 “그동안 진행된 연구의 결과가 사회 갈등을 불러온 시안 2개며, 이 또한 교육부 스스로 부족하다 여겨 접은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수능 7과목 중 4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체 절대평가(2안)를 두고 의견을 수렴했지만 각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개편안 확정을 1년 미뤘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네 차례의 권역별 공청회에서 개편안에 대한 수정ㆍ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음에도 교육부는 ‘양자택일’을 고집하며 갈등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김 부총리는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 증폭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개편 관련해 많은 의견 주시며 토론과 논쟁하는데 참여한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벌써부터 교육계에선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비롯한 교육혁신 종합방안이 발표되는 내년 8월까지 올해 벌어졌던 갈등이 답습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고교ㆍ대학ㆍ학부모ㆍ정부 등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해 논의하고, 이 결과를 국가교육회의 자문을 거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뉴스탐색]‘수능개편ㆍ교원 비정규직 전환’ 졸속추진…사회갈등만 키운 교육부
결국 논란만 키우고 최종 결정은 1년 뒤로 미뤘다. 교육부가 ‘졸속행정’이란 여론에 밀려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결국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결국 논란만 키우고 최종 결정은 1년 뒤로 미뤘다. 교육부가 ‘졸속행정’이란 여론에 밀려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결국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수능만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정책은 바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선언의 일환으로 진행된 교육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검토다.

교육부는 현재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 7개 강사 직종과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이 참고할 가이드라인(표준안)을 논의하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개최된 6차례의 회의 결과 비정규직 8개 직종(5만5000여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4만6660명)를 정규 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이다. 7개 직종에 대한 전환 여부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당초 논의 대상의 85%에 가까운 수가 제외되다보니 힘이 빠진 모양새란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찬반 양측의 갈등은 고조됐다. 정규직 전환을 찬성하는 기간제 교사 측은 “같은 학교 현장에서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정규직 전환이 돼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반대하는 측은 “임용시험이라는 장벽을 넘고 교단에 선 교사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팽팽하게 맞서왔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정책 결정에 있어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고 중론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조정하고 타협하도록 유도하는 ‘갈등 조정능력’도 정부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며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그대로 두기 보단 정부가 자신들이 설계한 정책에 대한 확고한 주관을 갖고 설득에 나서는 등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