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現수능 유지에 ‘안도’…교육과정과 엇박자에 ‘불안’ -중2, 개편된 수능 대비할 시간적 여유 상실…혼란 -전문가 “중3만의 문제, 중2까지 확대시킨 셈” 지적도

[헤럴드경제=신동윤ㆍ김진원ㆍ김유진 기자]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대학입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ㆍ연구과정, 국가교육회의 자문 등을 거쳐 수능 개편안을 비롯한 새 정부의 교육철학이 담긴 종합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은 2018학년도 수능과 같은 형태로 치러지게 된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엠바고 10:30)[수능 개편, 1년 유예②]중2 학생ㆍ학부모, “폭탄돌리기에 마루타 된 듯”…개편안에 표정 엇갈려

우선 절대평가 확대 등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대입 체제에 적응해야 할 필요없이 이미 익숙한 현재 수능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중3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45ㆍ여) 씨는 “최근 몇 개월간 아들이 치를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상대적으로 강화될 수 밖에 없는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한숨을 돌렸다”며 “2021학년도 수능은 기존 방식대로 치러지는 만큼 아이도 원래 원하던대로 자사고로 진학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엇박자를 보이게 됐다는 점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교육부는 현재 중3이 고교 진학을 하게되는 2018년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을 예정대로 교육 현장에 적용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 중3은 학교에선 새 교육과정으로 공부하지만, 수능은 과거 교육과정에 맞춰 짜여진 형태로 치르게 되는 첫 번째 세대가 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중3 전모(16) 양은 ”교육과정은 바뀌고 수능은 그대로 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배운 것을 수능을 통해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인데, 뭐가 바뀌고 뭐가 그대로인지 어렵게 느껴진다”며 “당장 학교 현장에서도 내신을 신경쓰지 않고 수능을 볼 친구들이라면 공통과학 시간에 엎드려 자는 등 수업 파행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2022학년도로 예정된 개정 수능을 치르는 첫 세대가 된 중2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45ㆍ여) 씨는 “수년간 진행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개편안을 도출하지 못했는데, 또 다시 1년 유예한다고 해서 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책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무작정 결정을 미룬 교육부의 ‘폭탄돌리기’ 때문에 애꿎은 중2 아이들만 유탄을 맞게 됐다”고 화를 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중2 김모(15) 군은 “바뀌는 수능 첫 세대가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고 마루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엠바고 10:30)[수능 개편, 1년 유예②]중2 학생ㆍ학부모, “폭탄돌리기에 마루타 된 듯”…개편안에 표정 엇갈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현 중3 학생들의 경우 과도기적 수능과 과정 중심의 평가인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춰진 내신 준비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고, 새로운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는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르게 될 중2 학생들은 시간적 여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국, 교육부의 조치는 현재 중3의 혼란을 중2까지 확대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 8월 발표 예정인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에 수능 개편안을 비롯해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 등을 포괄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해 중장기 대입전형과 이후 수능 개편 등 새정부의 교육개혁 방향 전반에 대해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