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한 메시지 발신 주력
北 ‘통미봉남’ 고수하는 현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ㆍ통일부 핵심정책토의(하반기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차 표명했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소통을 추구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의 목소리’(VOA)는 24일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달 사이 언급된 최대 횟수가 61건에 달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 당선 당일 언급된 이후 실명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유한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 측은 문 대통령을 지칭할 때 ‘남측 당국자’ 등의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북미 간 대치국면이 가시화되면서 북한 관영매체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VOA에 따르면 노동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한 달 간 단 3건의 기사에서 언급됐지만, 2월과 3월에는 8건과 16건, 4월 접어들면서는 28건 언급이 됐다. 이후 5월 60건, 6월과 7월 각각 57건으로 개월 당 평균 50~60건으로 늘었다. 북한 ‘노동신문’이 이달들어 2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한 기사 건 수는 총 61건에 달했다.
노동신문은 전임자인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월 10~20건의 기사에서 언급했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외교ㆍ통일부 핵심정책 토의에서 또 “당면한 가장 큰 도전과 위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 논의와 관련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절대 재발해서는안 된다’는 내용의 자신의 최근 발언 등을 언급하면서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인데 외국 정상이 하면 좋은 말이 되고 내가 하면 논란이 되는 이중적인 구조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 우리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세간에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데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과감한 대북 접근법을 검토하면 ‘전략적’이라는 평을 듣는 반면 한국이 남북대화를 하자고 하면 대북 제재 체제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이 있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관련한 국제 공조를 철저히 추진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제는 주인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북한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상황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런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