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빌리어네어 인덱스’에 따르면 제프 베조스의 현재 자산은 853억달러(96조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자산 908억달러(102조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베조스는 지난달 27일에는 아마존 주가가 급등하면서 순위 역전을 맛보기도 했다. 단 몇 시간 뿐이었지만 빌 게이츠를 제치고 923억달러(104조원) 자산을 불려 1위에 오른 것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국제구조기구 옥스팜(Oxfam)은 최근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An economy for the 99%)’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같은 부호들의 자산이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분석하며 지금으로부터 25년 이내에 인류 최초의 ‘트릴리어네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2009년 빌리어네어(억만장자) 793명의 자산 합계는 2.4조달러(2700조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이들 자산 합계가 5조달러(5700조원)으로 불어났다.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매년 11%씩 늘어난 셈이다.
외신들은 이 보고서를 두고 제프 베조스가 첫 트릴리어네어로 가장 유력한 후보라며 전망하고 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기념비적인 923억달러 자산을 기록했던 제프 베조스가 미래에 나타날 ‘세계의 트릴리어네어’ 목록에 홀로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까지 빌 게이츠를 ‘예비 1번’으로 점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제프 베조스가 더 우세하다는 시각이 많다.
블룸버그 빌리어네어 인덱스 캡처 [2017년 8월3일 기준] |
실제로 베조스의 자산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빌리어네어 인덱스에 따르면 연초 대비(YTDㆍYear to Date) 베조스의 자산은 119억달러(13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빌 게이츠는 같은 기간 84억4000만달러(9조5000억원)을 불리는 데 그쳤다.
베조스와 게이츠의 자산이 궁극적으로 역전될 것이라고 믿는 시각에는 또 하나의 근거가 뒤따른다. 두 거부의 기부 패턴 때문이다. 베조스와 게이츠 모두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부를 늘리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통 큰 기부에 나선 것은 빌 게이츠 쪽이 먼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빌 게이츠는 적어도 첫번째 트릴리어네어를 노리는 것 같지 않다”고 논평했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물러난 게이츠는 그의 아내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세우고 시간과 자원을 감염병 퇴치와 전세계 어린이들의 교육기회를 늘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는 또 절친한 거부 워런 버핏과 손잡고 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서약인 ‘기빙 플레지’를 운영하는 등 굵직한 기부에 앞장선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 |
반면 베조스는 지금까지 기부 활동에 있어서는 큰 궤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그는 그의 부모가 운영하는 베조스 패밀리 재단(Bezos Family Foundation)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여 디지털 유력 미디어로 탈바꿈시키고 민간 우주여행을 개발하는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는 등 사회변화를 이끄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깊은 그이지만 이같은 활동이 기부로 나타난 적은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제프 베조스가 기부 아이디어를 받는다고 알린 트윗 [출처=제프 베조스 트위터 @JeffBezos] |
하지만 베조스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선 아이디어를 공모받는 등 기부에 관심갖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트윗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기부보다는 당장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그가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해 실행에 옮길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