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서는 쓰레기도 자원이다”

쓰레기의 사전적 의미는 못쓰게 되어 내다버릴 물건이나 내다버린 물건을 말한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환경처에서 근무하는 나에게 무슨 업무를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꺼려질 때도 있다. 나에게도 쓰레기는 더럽고 쓸모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탓이다.

자원에 대해 지닌 생각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도 자원이 될 수 있을까. 퇴직 후 자연과 어울리는 집을 짓고 싶어 준비하는 와중에 최근 전남 구례에 위치한 운조루(雲鳥樓) 고택을 보게 되었다. 운조루 고택은 생활하수를 바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중생물이 서식하는 연지라는 연못으로 보내 한차례 정화하고 밭이나 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주변의 일상쓰레기도 자원순환개념으로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 정책은 1980년대 후반 폐기물관리법에 재활용에 대한 개념을 도입한 후 1990년에는 쓰레기 감량화 및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1995년에는 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하였고, 2016년에는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국립공원 쓰레기 정책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국립공원 쓰레기는 직원들이 수거하여 쓰레기 매립장에 매립하였지만, 2007년 등산로 곳곳에 설치됐던 쓰레기통을 철거하고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초기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많았기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그린포인트 제도를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되가져온 쓰레기 무게에 따라 공단에서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 누적된 포인트로 상품을 교환하는 것이다. 주차장, 대피소 등 공원시설을 이용하고, CGV 영화할인권으로 교환하여 사용하고, 트렉스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쓰레기에 가치를 매겨 탐방객 참여를 유도하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최근에는 배낭 무게 줄이기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배낭 무게 줄이기는 산행 전 과일 껍질 등은 집에서 재활용 처리하고 국물 없는 최소한의 음식물만 용기에 담아 산뜻한 산행을 하자는 운동이다. 쓰레기가 되는 비닐봉투나 과일 껍질은 처음부터 가져오지 말자는 사전 예방적 환경보호 캠페인이다.

이렇게 국민이 참여한 문화운동을 통해 국립공원의 쓰레기 발생량은 1990년 1만7000t에서 2000년 5000t으로 감소하였고 최근 3년 동안에는 매년 1200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단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환경보호 인식이 향상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럽고 쓸모없는 쓰레기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맑고 깨끗한 국립공원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줄이는 것은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문화국민이 지켜야할 실천운동이다. 국민 모두 국립공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포인트 제도와 배낭무게 줄이기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여 잘 보전된 국립공원에서 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의 관심과 손끝에서 시작되는 참여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청정한 국립공원을 만들게 될 것이다.

김승희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환경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