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 남에 떠넘기고 각종 혜택은 꼬박꼬박 챙겨 직장인 63.3% 불평등 토로 #1. 2년차 직장인 강모(27ㆍ여) 씨는 3년 선배인 박모(34) 씨의 얌체같은 행동 때문에 최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박 씨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업무에 대한 뒷처리는 결국 강 씨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강 씨의 회사에선 5년차 이상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권장하기 위해 석ㆍ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두 차례 오전 근무만 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배 박 씨는 해당 제도를 십분 활용해 실속을 차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업무는 허술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팀장이 박 씨를 불러 수차례 지적했지만, 문제는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게 강 씨의 설명이다.
#2. 5년차 직장인 서모(34) 씨는 대부분의 일을 자신과 팀원들에게 떠넘기는 부팀장 때문에 최근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자신이 맡은 업무만으로도 하루종일 쉴틈이 없는 서 씨는 업무분장 상 함께 맡은 일이 있는 부팀장이 해당 업무의 대부분을 자신을 비롯해 후배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미는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자신이 원래 맡은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팀원들에게 갖은 생색을 다 내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짜증이 솟는 것은 기본이란게 서 씨의 설명이다.
최근 직장인들은 날마다 이어지는 야근과 격무로 인해 바쁜 삶을 보내고 있지만, 매달 채워지는 월급통장과 그동안 고생했던 일이 성과를 거둘 때 느끼는 희열감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하지만, 업무상의 틈새를 악용해 동료에게 업무를 미루면서도 월급이나 각종 혜택은 꼬박꼬박 챙겨가는 ‘월급루팡’의 존재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월급루팡이란 말은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일컫는 신조어다. 월급에 도둑의 대명사인 ‘괴도 루팡’을 활용해 만들어졌으며, 보통은 ‘월급도둑’이나 ‘월급잉여’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3.3%가 ‘회사 내 월급루팡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루팡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는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떠넘긴다’라는 의견이 31.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은 안하고 계속 딴짓만 한다(29.3%)’, ‘자주 자리를 비운다(15.1%)’, ‘퇴근시간만 기다린다(9.7%)’, ‘일정을 항상 뒤로 미룬다(7.5%)’, ‘일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6.5%)’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기타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비틀어 회사의 이익을 저해한다’,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함’ 등의 의견도 있었다.
‘회사 내 월급루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3.3%가 ‘업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철저한 인사평가가 필요하다(32.4%)’는 대답이 2위를 기록하는 등 응답자의 3/4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사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었다. ‘업무 결과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없다(19.1%)’,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5%)’ 등의 대답이 소수에 불과했다.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소위 월급루팡으로 꼽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조직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업무효율까지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인사시스템을 개선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