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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오가던 길인데”…철창에 막힌 이태원 시장골목길
은행·상인회 수년째 통로 갈등
상인회 “길막아 손님들 다 떠나”
은행 “하수공사로 재산권 침해”


올해로 45년째 이태원 이화시장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신중판(72) 씨는 골목을 떠나는 이웃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골목 상권이 죽으며 지난 2년새 골목에 있던 상인들 대부분이 자리를 떠났다. 빈 자리에는 외국 점포가 들어서고 있지만, 죽은 상권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 씨는 40년 넘게 유지되던 이화시장 골목의 몰락이 은행이 세운 철창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태원로에서 시장 골목으로 통하는 유일한 골목길을 은행이 막으면서 손님이 다 떠났다는 얘기다.

이태원 한복판 시장골목을 두고 은행과 인근 상인회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철창으로 통행이 가로막히면서 골목은 노숙자와 노점상의 창고처럼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 씨는 “통로가 막히면서 주변 상인들이 대부분 떠나가고 거리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며 “인근 상인들이 대부분 은행 고객인데, 같은 동네에서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결국, 신 씨를 비롯한 골목 상인 10여명은 법원과 은행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태원 한복판 이화시장 골목을 두고 은행과 상인회가 소송전을 벌이는 등 수년째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40년 동안 문제없이 쓰던 골목을 지나갈 수 있게 열어달라는 상인들과 불법 공사로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은행이 맞서면서 골목은 슬럼가로 변했다.

3일 한 시중은행과 이태원 상인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께 은행이 이태원 파출소와 은행 사이 이화시장 골목에 5㎝ 두께의 철창을 두르며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상인회 측은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장 골목으로 쓰이던 길에 은행이 갑작스레 철창을 세워 통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 측은 “은행 소유의 토지에 허가없이 하수도 공사를 했기 때문에 재산을 보호하고자 철창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인회는 “비가 오면 막힌 하수도 때문에 오수가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다”며 “은행 측이 골목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감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맞섰다.

인근 상가 관리인으로 일하는 김대일(73) 씨는 “하루에 수천 명 씩 드나들던 시장이 통로가 막히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며 “그 자리를 노숙자와 노점상이 차지하고 있어 손님이 더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장 골목을 막은 철창 때문에 양측은 소송전까지 벌였다. 지난 2015년 상인회는 은행 측에 통로를 열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냈지만, 법원은 “은행이 원고에게 무상의 토지통행권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상인회는 수차례 은행 측과 통행을 위한 면담을 진행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상인회는 본 소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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