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김상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의 첫 일정으로 정한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는 예정시간(40분)을 훌쩍 넘긴 1시간 10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방미길 비행기 안에서까지 직접 연설문을 수정하는 등 단어 하나까지 막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미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았다. 원래 이 행사는 오후 4시부터 4시 40분까지 40분가량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조기 도착하면서 오후 3시50분에 행사를 시작, 오후 5시까지 총 70분간 이어졌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행사를 이어간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굉장히 행사에 진심으로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예정시간 훌쩍 넘긴 첫 ‘혈맹’ 행보…文대통령, 비행기 안에서 직접 기념사 꼼꼼 수정

문 대통령은 14시간에 이르는 미국행 비행 시간 도중에도 이날 기념비 헌화 행사의 연설문을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보고 차 대통령 자리에 가보니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 열심히 줄을 치면서 수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첫 해외순방의 첫 일정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돼 더 뜻 깊다”며 “한국전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부모가 당시 피난민이었던 가족사를 언급하며 “장진호 용사가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모친에게 들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12월 24일 미군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졌다고 한다”며 “비록 사탕 한 알이지만 따뜻한 마음씨가 늘 고마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은 “한미 굳건한 동맹 속에 앞으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함께 극복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해 좌중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념촬영에선 다 같이 “김치”라고 외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6ㆍ25 당시 직접 촬영한 사진, 미국 해병대 배지 등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제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기념비에 헌화한 화환에는 ‘숭고한 희생으로 맺어진 동맹’,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등의 문구가 태극 모양으로 달렸다.

또 이날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 이어 기념식수로 산사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윈터 킹(Winter King)’이란 별칭의 나무로, 혹한 전투였던 장진호 전투를 상징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