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와 IT가 융합된 기술로 독보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아토피, 자폐증과 같은 면역조절 이상 질환 정복 기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1500만년 동안 미생물은 인류의 몸 속에서 같이 공생한 친구였습니다. 이런 오랜 친구에 대해 우리는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죠. 이제는 이 친구들의 정보를 이용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야 할 때죠”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채 몇 십년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DNA 연구에 뛰어들며 현재 DNA 정보에 대한 많은 지식이 축적된 상태다. 반면 인류 역사보다 더 오랜 시간 존재해왔던 미생물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분석하기가 쉽지 않아서일 터이다.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미생물 분야, 그 중에서도 장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의 분석에 대해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 바로 ‘천랩’이다. 천랩은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2009년 설립한 생명정보(BI) 기업이다. 천랩은 BT(바이오테크놀로지)과 IT(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가 융합된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건 천 대표의 두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 때문이다.
천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 혼자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다가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면서 미생물학에 컴퓨터를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며 “하지만 대학교수를 하면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직접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중 천랩은 인간 장내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옴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마다 장내에 가지고 있는 미생물은 유전정보(DNA)처럼 다르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장내 미생물 때문에 특별한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어떤 약을 분해하는 능력이 없다. 자폐증, 아토피와 같은 면역관련 질환도 장내 미생물의 영향에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장내 미생물의 분석 능력은 아직까지 우리에겐 없었다. 천 대표는 “장내 미생물은 500종 이상, 수 백 조 개에 이르기 때문에 분석해 내기에 너무나 방대한 양과 종류”라며 “하지만 미생물 분석 기술 장비가 발전하면서 지난 10년간 많은 진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중 천랩은 미생물 유전정보의 데이터베이스 축적에 공을 들여 왔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천 대표는 “데이터베이스를 잘 갖추기 위해선 모은 데이터의 양과 질도 중요하고 이를 해석해내는 능력도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 있어서 천랩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글로벌 스텐다드로 삼고 있고 인용 횟수도 5000회 정도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히 천랩은 최근 일동제약과 함께 연구소를 설립하고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단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활용한 후보물질을 개발 중에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미국에선 ‘오바마 이니셔티브’의 2016년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 대표는 융합과학을 연구하는 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미생물학과 컴퓨터공학이라는 성격이 다른 과학을 접목하다보니 직원간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 천 대표. 마지막으로 천 대표는 국내 벤처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했다. “좋은 기술을 가진 벤처라도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뒷받침돼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천랩 소개>
연혁-설립 2009년 11월
사원수-59명
매출액-3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