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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점 줄이는 은행, 이젠 ATM도 없앤다
비용부담 적지 않아 손해만”
市銀, 올 1200∼1300대 줄일듯
고령층 금융거래 더 어려워져


#. 서울에 살다 취직과 동시에 직장이 있는 대전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한 김모(30)씨는 한동안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웬만한 거래는 모바일뱅킹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낼 때 필요한 현금을 인출할 ATM이 집이나 직장 근처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으면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주거래은행을 가지만, 급할 땐 수수료를 물고 편의점 등에 설치된 CD나 ATM을 이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모바일뱅킹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는 대신 비용 대비 수수료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ATM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 등 주요 4개 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 설치 대수는 2만5928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에 비해 3개월 새 461대 감소한 것이다. 이들 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2015년 2만7737대, 2016년 2만6389대 등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348대가 철수된 데 이어 올해도 1200∼1300대 가량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자동화기기 수는 2014년 말 5만3562대에서 2015년 말 5만1115대, 2016년 말 4만8474대로 급감했다. 지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행도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방향(6771대→6398대→6050대)으로 가고 있다. 한때 은행들은 영업점 내방고객이 줄자 인건비 부담이 없는 ATM 설치를 늘렸다. 현금 입출금 외에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한 스마트브랜치로 업그레이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사용이 보편화되고 간편송금 서비스 등이 발달하면서 비용부담이 적지 않은 ATM을 유지할 필요가 줄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ATM 한 대당 연간 손실액은 166만원 가량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하다 보니 ATM의 유지 부담이 크다”면서 “이용률이 낮은 곳 중심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ATM 축소가 영업점의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지면서 고령층은 금융거래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ㆍ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은 각각 14.0%, 4.3%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20대(79.8%), 30대(88.1%)와 격차가 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핀테크와 비대면거래 확대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트렌드는 고령층이 적응하기 어렵다”면서 “배려하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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