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ㆍ이유정 기자] ‘데려온 새끼’라며 구박하는 의붓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심형섭)는 “가정사로 인해 장기간 누적돼 온 의붓 아버지에 대한 울분이 순간적으로 폭발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A(46)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의붓 아버지인 B(75) 씨의 가슴과 몸통 등을 수회 발로 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함께 사는 이복 동생과 생활비 문제로 다투던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싸움에 끼어든 B씨가 A씨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때렸고 “데려온 자식이 내 자식을 왜 때리냐”며 역정을 냈다. 순간 격분한 A씨는 B씨를 폭행했고,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B씨는 결국 장 파열로 숨졌다.
A씨는 40여년 전 어머니가 B씨와 재혼하면서 그를 새아버지로 맞았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어릴 적부터 ‘데려온 새끼’라고 구박하며 다른 자식들과 차별했다. 정작 A씨는 초등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도 일을 하는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최근까지 B씨와 모친을 부양한 것도 A씨의 몫이었다.
재판부도 “A씨는 B씨가 별다른 경제적 능력이 없었기에 오랜 기간 4명의 동생을 포함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구박과 차별을 받아 왔다”며 이 점을 감경 요소로 참작했다.
다만 B씨가 왜소한 체격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춰 A씨의 미필적 고의(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나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행한 행위) 임을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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