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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②] “남? 녀? 화장실 어디로 가지?”…볼일 볼때도 눈치보는 그들
-국내 성소수자, ‘성중립 화장실’ 도입 목소리
-美 설치 의무화 확대 중…일각서 안전 우려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스스로가 남성, 여성에 모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젠더퀴어’인 이드(30ㆍ활동명) 씨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여성들의 불쾌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 여자 화장실이에요”, “혹시 남자 아니세요?” 라는 질문 받기를 수백번. 이 씨는 공중 화장실 들어갈 때마다 “저 여자에요” 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씨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진 공간 중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여성임을 타인에게 설득해야 하는게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성중립 화장실이 있다면 고민없이 성중립 화장실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성중립 화장실’을 도입해 성소수자를 공간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중립 화장실이란 성 소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남녀를 구분을 하지 않은 화장실을 뜻한다. 성별이 특정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 여성용 변기와 남성용 변기를 두되 일부는 장애인용 시설도 함께 설치해 성 정체성이나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 서부지역을 시작으로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현재 서울 마포구의 인권재단 사람 건물에 있는 1인용 성중립 화장실 정도가 알려져있을 뿐이다.

현재 ‘꼬막’이라는 단체가 처음으로 성중립 화장실 시범 사업을 추진 중으로 공간 활용 범위를 두고 논의 중에 있다.

꼬막 관계자는 “누군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여성이라고 인식해야하고, 장애인은 장애인용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장애를 재인식할 수 밖에 없다”며 “그 누구도 젠더나 장애를 인식할 필요가 없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꼬막]

일각에서는 남녀 구분없이 운영되는 성중립 화장실이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안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곳은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화장실 안전 문제는 성 분리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교육과 인식 개선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소수자인권연대 관계자는 “안전 문제의 경우 화장실을 성별로 분리한다고 능사가 아니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수반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누구도 불편함 없이 화장실을 사용하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한가람 변호사는 “사람들이 동시에 화장실을 사용하는 곳이 아닌 1인용 화장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할 것”이라면서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성 자녀를 데리고 화장실을 가야하는 부모 등 모두가 편리하게 사회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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