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통해 집사고 넓히기는 꿈일뿐
세대간 자원배분 형평성 갈등 확산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19대 대통령 선거의 특징은 뚜렷한 ‘세대 갈등’ 양상이다. 선거과정에서 2030 청년층과 6070 고령층은 사안마다 부딪혔다. 세대 갈등은 사회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세대 간 가치관 차이는 정치적 판단 뿐 아니라 역사인식, 여러 사회 문화적 판단에도 드러난다.
노량진 학원가는 이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이 점령한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학원강의실에서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되는 미군의 사드배치에 대해 19~29세의 46%, 30대의 59%, 40대의 50%가 반대하지만, 60대 이상의 71%는 찬성한다(1월 한국갤럽 조사). 대선 과정에 이슈가 됐던 동성결혼에 대한 인식도 19~29세의 66%, 30대의 50%가 찬성하는 반면 60대 이상의 76%는 반대한다(2014년 12월 한국갤럽 조사).
세대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대 전쟁’으로 묘사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젊은이들은 노년층을 ‘꼰대’,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사람들이라고 비하하는 표현)으로 부르고, 노년층은 젊은이를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생각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불신이 심화하고 무수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갈라진 민심으로 정부 정책은 갈 길을 잃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 가치가 파괴된 끔찍한 사회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대 갈등은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추세가 자리 잡으면서 분배할 몫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근로 계층의 노인 부양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대 간 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둘러싼 이해 갈등이 커진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침체 국면이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일시적 반등을 제외하곤 2016년까지 줄곧 2~3% 수준이다. 이 시기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들에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1990년대 5% 수준이었던 청년 실업률은 2000년 7~8%대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6월 10.3%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은 건 IMF시기였던 1998~1999년뿐이다.
젊은층 대부분은 이제 더 이상 인생역전은 불가능하다고 좌절한다. 대출을 통해서라도 집을 사면 시세가 올라 누구라도 쉽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하던 아버지 세대의 경제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일자리는 불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32.8%지만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고용정보원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기준으로 신규 채용의 60% 이상은 계약직이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연간 70만명이상 태어났던 1955년~1963년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60대가 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젊은층과 노년층이 연금 고갈과 복지 예산의 형평성을 놓고 충돌하고, 사회 보험료 부담 비율, 근로연령대의 노동과 은퇴연령대의 자산에 대한 과세 비율, 부동산을 보유한 노인층과 그렇지 않은 젊은 층 사이의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이해 상충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은 계속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식 격차가 어느 때보다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다. 지금의 20~30대는 70%이상 대학 교육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익숙하고, 대학 이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평등의식을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비슷한 능력을 가졌는데, 왜 나는 이렇게 지내는가?’라며 불만을 표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심화하는 ‘흙수저 금수저’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세대 갈등 해결의 방법으로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노인과 아동에 집중돼 있는 사회복지 제도를 청년에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에 대한 지원은 부모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유석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경력이나 직업훈련을 청년 개개인에게만 일방적으로 맡기는 시스템”이라며 “정부나 대기업 관련 기관에서 이들의 직업 훈련을 지원하고, 기금 등을 통해 보다 폭넓게 지원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