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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성년의 날…씁쓸한 풍속도]학부모가 성적표 들고 줄서고… 취업상담도 부모가 해준다고?
기업들 “자립심 문제있다” 평가

서울 시내 한 사립대 졸업반인 이기영(27) 씨는 대학교에 찾아온 한 중견사의 리크루팅 현장에 참여했다가 깜짝 놀랐다. 취업을 위해 찾아온 대학생도 많았지만, 학부모들도 상당수 자리에 앉아 취업설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는 찾아온 학부모들을 위해 회사의 비전과 복지 정책들을 설명했고,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반면, 학생들의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씨는 “우리 부모님도 내 취업에 관심이 많지만, 리크루팅까지 함께 참여하는 건 처음 봤다”며 “성년인데 부모님이 취업 자리까지 알아봐 주는 것 같아 보기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 큰 자녀까지 품고 지낸다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이 대졸 취업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취업콥터맘’으로 불리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의 취업 문제에까지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두고 극심한 취업난이 빚어낸 씁쓸한 풍속도라는 의견과 과도한 간섭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자녀들의 취업시장에 학부모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해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학부모들을 초청해 취업 진로 설명회를 열었다. 저학년 학생 부모들에게는 전문 강사의 진로 코칭을 제공했고, 졸업을 앞둔 고학년 학생들의 부모들에게는 기업 입사 정보를 직접 제공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컸다. 대학 내 학부모회가 리크루팅을 주선하고 참여하는 대학도 있다. 산학연계로 입학 때부터 취업이 보장되는 수도권의 한 대학 학과에서는 재학생이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교수와 학부모가 동석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 초기 일부 근로조건을 두고 학부모 측에서 “어린 학생에게 불리한 조건을 달아놓았다”는 항의를 하자 학과 차원에서 학부모를 아예 동석시키기로 한 것이다. 대학 관계자도 “학생이 근로조건 등에 익숙치 않은 경우가 많아 교수와 함께 학부모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했다.

대규모 취업박람회는 아예 ‘학생 반, 학부모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취업박람회를 할 때마다 학부모의 참가 비율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아예 자녀를 이끌고 상담 부스를 찾는 부모들도 있어 당황할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오죽하면 자녀의 취업 걱정까지 부모가 나서 해결해 주려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취업 상담 자리에 부모님이 동석하면 상담해주는 인사팀 직원도 제대로 조언을 해줄 수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자립심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낮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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