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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ㆍ9 대선 현장]개표방송도 월드컵처럼…“안주는 정치, 치킨 동났다”
[헤럴드경제=강문규ㆍ김진원 기자]인천 문학동에 사는 강모(43) 씨는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대선 개표 방송을 시청하려 했다가 낭패를 봤다. 동네 치킨집 3곳에 30분이 넘게 주문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는 곳은 없었다. 겨우 통화가 된 치킨집은 “이미 치킨 주문이 밀렸다”며 “배달까지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했다. 치킨을 포기한 강 씨는 부랴부랴 편의점에 들러 맥주 안주가 될 만한 오징어와 과자 몇 개를 사와야 했다.

대선 개표방송을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즐기는 모습이다. 9일 오후 8시, 전국 1만 3964개 투표소에서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일제히 마무리되자 개표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많은 국민들이 TV 앞에 몰렸다. 정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치킨과 맥주를 놓고 개표 방송을 즐기는 모습 대세다. 2030 젊은 피를 중심으로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술집 등은 큰 인기를 끌었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프로야구중계와 개표방송을 틀어놓고 볼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박 씨는 “개표방송 보면서 먹으려고 이미 치킨 시켜뒀다. 오후 8시 반쯤 집에 배달올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때아닌 대선특수를 맞은 치킨집도 북새통이다. 치킨집 사장 박모 씨는 “AI로 인해 매출에 그동안 타격이 있었는데 오늘은 대박”이라면서 “아내도 나와 거들어주고 있지만 치킨 주문이 밀려 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투표를 하고 온 오후 2시부터 정신없는 상태”라면서 “개표 방송을 볼 수 없을만큼 바쁘지만 신난다. 앞으로 이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직장인 정모(29) 씨는 퇴근길에 근처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서울 관악구 사당동에 위치한 원룸으로 불러 모았다. 좁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대선 개표 방송을 볼 계획이다. 정 씨는 “친구들이랑 집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볼 예정이다. 내기도 했다. 나는 문재인 후보가 50% 넘는 것에 10만원, 다른 친구들은 득표율 각각 50% 이하랑 45% 이하에 10만원씩 걸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표방송을 직접 챙기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이날 선거 방송을 위해 넓고 높은 무대가 세워졌고 광장둘레는 JTBC 등 방송사 차량들이 빼곡히 애워싼 상태였다. 방송 전인 오후 6시 친구들과 광화문광장은 찾은 대학생 이모(22) 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지난해 가을부터 촛불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나섰다고 했다. 이 씨는 “비도 오는데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며 “정권교체의 순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에 치킨집과 배달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카드 사용액과 카드 사용 건수가 크게 늘었다. 당시 KB국민카드는 주요 업종에서 KB국민카드의 사용액과 사용 건수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3월 10일과 탄핵 심판 선고일 이전 5번의 금요일 평균치로 구분해 비교했는데 치킨집에서 카드 사용액은 평균 대비 48.3% 늘었고 사용 건수도 48.5% 증가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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