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 기다렸다”…국민의 엄중한 심판 -“기존 정당 신물 나”…쓴소리 이어져

[헤럴드경제=이현정ㆍ이유정 기자] 9일 19대 대통령 선거가 전국 1만3900여개의 투표소에서 치뤄지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당시 느낀 분노를 투표로 드러내는 듯 했다.

[5ㆍ9 대선 현장] “성질나서 투표하러 나왔다”…울분 섞인 한표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제8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임모(70) 씨는 “과거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성질이 나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라를 어지럽게 한 사람들을 심판하려고 나왔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사람이 바뀌면 나라가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겠냐”며 “부디 다음 정권은 국민 마음을 안정시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직장인 천세유(59) 씨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천 씨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를 보고 큰 좌절감을 느껴서 아예 투표를 하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나왔다”며 “기존 정당에 신물이 나서 기존에 틀에 박힌 정치인이 아닌 새로 나온 사람들이 희망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부디 다음 정부는 타협과 양보를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생후 6개월된 자녀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부부 이동섭(41) 씨와 방신혜(26ㆍ여) 씨는 투표에 앞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내가 가진 한표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난 정권에 화가 나는 마음에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이어 “촛불의 민심이 잘 반영되어 징벌적인 성격을 가진 투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할 당시 임신 중이었던 방 씨는 “투표하는 이날만을 기다렸다”며 “오죽하면 집에 설치해놓은 아이 수면용 CCTV 비밀번호도 대선일을 의미하는 0509로 해놨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탄핵정국과 이번 투표를 계기로 정치권이 국민을 무서워하고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분노를 느끼지만 차분히 냉정함을 찾아 투표해야 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 김수빈(24ㆍ여) 씨는 “지난해부터 분노가 치밀었지만 국민 한사람으로서 책임감도 느꼈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비록 단 한사람만 당선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른 후보들이 받은 지지율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디 다음 대통령은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