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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성적 조작해 해임된 교감…법원 ‘해임 취소’ 판단한 이유는
-타 학생 피해없는 ‘학업성취도평가’서 성적 조작
-‘시험성적 조작’아닌 ‘성실의무 위반행위’로 판단

[헤럴드경제=박일한ㆍ이유정 기자] 시험 답안이 적힌 문제지를 몰래 나눠줘 일부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해 해임된 교감에 대해 법원이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는 판결을 내려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성적 조작은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에 구속 수사를 할 만큼 엄하게 다스리지만, 법원은 오히려 학교당국이 내린 해임 처분에 대해서도 과도한 징계라고 판단한 것이다.

수원지방법원 행정2부(부장 최복규)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감 하모(60) 씨가 “해임 처분 결정을 취소하라”며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하 씨는 2015년 6월 경기도 모 중학교의 ‘학업성취도평가’ 시험 중 일부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해임됐다. 당시 그는 교무부장 유모 씨를 통해 각 교시 시험 문제를 교과목 담당교사들에게 풀게 하고 답을 표시한 문제지를 시험 중인 교실에 배부하는 등 부정행위를 조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독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틀린 문제를 화이트로 지워 주고 다시 풀라고 하거나 손으로 정답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를 지시한 하 씨에게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법원은 ‘학업성취도평가시험’이 일반 시험과 달리 학생 개개인의 내신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시험은 매년 중3과 고2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어, 영어, 수학 시험으로 정부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학습 개선 계획을 만들 때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정부는 이 시험의 결과를 기준으로 학교별 성과급도 지급한다.

법원은 따라서 “하 씨가 정년을 약 2년 남겨둔 교감으로서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고 한 것 보다는 학교평가를 향상시켜 학교와 자신의 명예를 높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임 처분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 씨를 교육공무원법 상 징계 사유 중 ‘시험문제 유출 성적 조작 등 허위사실 기재 부당정정과 관련한 비위’ 유형이 아닌 ‘그 밖의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업성취도평가시험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성적을 조작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며 “하 씨의 성적 조작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학업성취도평가의 특성상 (성적 조작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미친 피해가 없었고 하 씨 개인의 사익 추구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임 취소 처분이 과도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해임은 공무원에겐 형법으로 치면 사형과 마찬가지의 가혹한 처벌”이라며 “하 씨의 오랜 공직 생활 등 참작할 부분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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