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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학교는?]“저 먼지구덩이에 우리 아이가?”…‘학부모 민원’에 학교는 안절부절
-미세먼지에 야외 활동 중단 요구
-교육당국, 일정수준땐 금지 지침
-대체 시설ㆍ교육과정 여전히 부족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20일 오전 서울, 인천, 경기 등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나쁨’으로 기록되는 등 연일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부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에 학부모들의 민원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학생들의 체육활동이 진행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학교 인근 아파트 학부모들이 이를 중단해달라는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생 학부모 박모(42ㆍ여) 씨는 “아파트의 위치상 부엌 등에서 내려다보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며 “아이 시간표를 알고 있다보니 미세먼지 예보가 있는 날 운동장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내 아이가 아닐까라는 걱정에 학교로 자제 요청 전화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이모(35ㆍ여) 씨 역시 “올해 처음 학교에 들어가다보니 모든 학교 생활이 걱정되는 시기”라며 “때마침 미세먼지 문제까지 불거지니 불안해 학교로 문의 전화를 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연합뉴스]

이처럼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에 문의 전화를 하게 된데는 학교측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불신이 기본에 깔려있다. 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하다는 경고가 내린 날에도 학생들로 북적이는 운동장을 본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초등학교나 중학교엔 최근들어 미세먼지와 관련한 문의나 민원 전화가 자주 결려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김모(41) 씨는 “주변 초등학교에선 한 학급이 미세먼지 관련 예보가 있던 날 야외활동을 진행하다 주변에 둘러싸고 배치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의 항의성 전화 십여 통을 한꺼번에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야외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야외활동을 금지하는 지침을 최근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당일 미세먼지 예보 ‘나쁨’ 이상일 때부터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세부 매뉴얼을 발표했고, 각 학교 미세먼지 담당자 2만명을 교육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10일 느슨한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 대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에 맞춰 당일 PM10 농도가 50㎍/㎥ 이상일 때(초미세먼지 25㎍/㎥ 이상)부터 야외수업을 자제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미세먼지 ‘보통’일 때도 야외수업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과정상 반드시 필요한 야외활동을 완전 중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야외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나 교육과정이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초ㆍ중ㆍ고교 및 특수학교 1만1782곳 가운데 체육관(강당 겸용 포함)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3178곳(27%)에 이르렀다.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교감 B 씨는 “최근 미세먼지가 야외활동 자제 수치 이하인 경우에도 주변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던 학부모들이 야외수업을 중단해달란 항의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교육적으로 야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책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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