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언론 “한반도 정세 불안” 위기 강조 -日 외무성 “한국 여행객, 최신 정보 주의” 당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최근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일본이 정부와 여당, 언론이 한목소리로 이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올 초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의지를 피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반도 위기론에 불을 지피며 개헌 명분을 찾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미국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게 되면 사전에 일본과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위기론’ 부추기며 ‘전쟁 가능한 日’ 명분찾는 아베

앞서 교도통신도 전날 미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미일 고위 관료 협의에서 “중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Strike)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이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 중인 미국 핵 항공모함 칼빈슨과 자위대의 공동훈련을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북한 도발을 강력히 견제하기 위해해상자위대 함정과 칼빈슨의 공동훈련을 벌이고자 미 해군과 조정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해상자위대 함정과 칼빈슨의 공동훈련에 대해선 총리관저가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자민당은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안전확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민당의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날 아베 총리를 방문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현지 일본인의 안전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민당 내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지난 9일 계파모임에서 역시 한반도에서 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비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구출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불 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몇만 명의 동포를 어떻게 구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일본 외무성까지 한반도 위기론에 불을 붙였다.

외무성은 11일 해외안전 홈페이지에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에 계속 주의해 달라”며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최신 정보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은 북한의 위협을 명목으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론을 제기하고 있고,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수시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일본의 무장강화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정기국회 개원 시정연설에서 “올해로 일본 헌법이 시행된 지 70년이 된다”면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70년을 위한 헌법 개정을 위해 헌법심사회에서 구체적 논의를 심화시켜 나가자”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가 목표로 하고있는 개헌은 최종적으로는 평화헌법인 헌법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중의원을 조기해산하고 개헌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오사카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논란에 연루되면서 국정 동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한반도 위기설을 국면 전환 카드로 이용,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만드는 명분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실제 자민당 내에서는 아예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전수방위(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격)만 인정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선제공격을 하자는 발상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새로운 위협 단계에 들어섰다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자민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