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이 걸린다. 이제는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리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대체했고, 그 영향의 강도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중국의 경제동향이나 정책변화 등 미세한 움직임이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7%대에서 6%대로 소폭 하향조정되자 우리경제가 심한 몸살을 앓으면서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것이나,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중국에 이은 새로운 유망시장, 이른바 ‘넥스트 차이나’를 개척하는 것이 우리경제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수출 시장과 교역 품목을 다변화해 위기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넥스트 차이나]대중 의존도 과다…사드 보복을 넘어 시장 다변화 발등의 불

10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10% 선에 머물던 대(對)중국 수출의존도는 2010년 25%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줄곧 25%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출액 4954억달러 가운데 1244억달러가 중국으로의 수출로, 그 비중이 25.1%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2000년 21.8%에서 지난해 13.4%로 크게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이보다 더 높은 적이 있었다. 1990년대 초~중반에는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3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경제 규모가 커지고 수출 품목도 다양화된데다,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에서 25%를 넘나드는 대중 수출의존도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지난해 30.5%에 달했다. 반도체 등 전자직접회로는 40.2%, 액정디바이스는 77%를 기록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중국은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 부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거의 절반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2000년에만 해도 8.3%로 한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 21.3%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6.8%에 달했다. 서울과 제주 등 주요 관광지 지역경제는 물론 호텔 등 숙박업, 음식점, 유통업 등 전통적 내수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경제는 최대 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후반 이후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지금까지는 한류와 화장품, 중국내 롯데 유통점, 한국 관광 등 최종 소비재에 머물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간재로 확대될 경우 우리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높은 대중의존도 아래에선 우리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언제든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을 넘어서는 시장ㆍ품목 다변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사드 보복을 넘는 것도 시급하지만 언제든 제2, 제3의 사드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처럼 리스크 분산이 과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