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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눈에 들보는 못보나” 대선후보들 어법파괴 백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선출된 각 당 대선후보들의 문법이나 어법, 사자성어 등의 파괴 행태가 화제다.

특히 자신의 문법 파괴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상대 후보의 오류는 들춰내는 일부 후보들의 행태에 유권자들은 우려를 높이고 있다. 남에게는 무한대로 깐깐하면서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에 ‘과연 지도자 하려는 분들 맞나요?’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지난 3월 10일 팽목항을 찾았다가 논란의 방명록을 남겼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날짜를 4월 10일로 잘못 썼다가 지적을 받고 나중에 고쳐 쓴 것. 마지막 문장에 남긴 ‘고맙다’라는 표현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문 후보는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 4. 10. 문재인”이라고 썼다가 나중에 날짜를 ‘3.10’으로 고쳐 썼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또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TV 토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면서 “전기차, 자율 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삼디(3D) 프린터’ 등 신성장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가 상대 측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비례)은 지난 5일 탈당 및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정확히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고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정 책임자에게 무능은 죄악”이라며 ‘삼디프린터=무능’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김 전 의원 또한 ‘어법이나 문법 관련 누굴 지적할 입장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대선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을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방문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빚어졌다. 현충원 방명록에 “어려움에 처한 나라, 통합정부가 구하겠읍니다’라고 적어 맞춤법 오류를 범한 것.




맞춤법상 1989년 이전에는 ‘읍니다’가 맞았지만, 이후에는 ‘습니다’로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 전 의원에게 문재인 후보의 ‘삼디프린터’를 지적하며 무능은 죄악이라고 한 사람이 맞춤법 틀리는 건 괜찮느냐는 힐난이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용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발음이 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스리디 프린터’라고 읽는다”라며 김종인 전 의원의 지적에 힘을 보탰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의 과거 맞춤법 오류가 재조명되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남의 눈 티끌은 보이면서 제 눈 들보는 안 보이느냐’는 성경 문구 인용 비판도 나온다.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10월 18일 무소속 대선후보 시절 강원도 원주 소재 밝음신협을 방문해 방명록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꿈니다’라고 썼다. ‘꿈 꿉니다’를 ‘꿈 꿈니다’로 잘못 쓴 것. 당시 수행 인원의 지적에 안 후보는 글자 위에 덧써 오자를 수정했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2012년 10월 28일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북페스티벌에 방명록에 ‘덕을 배풀어야 이웃이 생긴다’고 적었다.맞춤법 상 ‘베풀다’인데 ‘배풀다’라고 쓴 것은 실수라기보다는 맞춤법에 대한 기본 소양 부족 아니냐는 비판마저 받은 대목이다.

안 후보는 또 지난해 1월 12일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위원장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오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방명록에는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히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썼는데 문제가 된 부분은 ‘깊히’였다. ‘깊히’가 아니라 ‘깊이’가 맞는 표현이기 때문. 나중에 이날 방명록 글귀는 한상진 공동위원장이 쓴 것이고, 안 후보는 이름만 쓴 것으로 해명됐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도 방명록 논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홍 후보는 지난 6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멸사봉공(滅死奉公)’으로 잘못쓰는 오류를 범했다. 그는 보좌진으로부터 ‘실수’를 지적받고 방명록을 고쳐 썼다.




또 이번 대선의 유력 주자였지만 지금은 사퇴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방명록 실수도 회자된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월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노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람 사는 사회’로 적어 반발을 샀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맞춤법 파괴로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6월 6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 후보 자격으로 현충원을 방문해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썼다.

여기서 ‘않겠읍니다’는 ‘않겠습니다’로, ‘받치겠읍니다’는 ‘바치겠습니다’로 고치는 게 맞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2008년 2월 25일에도 현충원을 찾았다가 비슷한 오류를 범했다.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 국가를 만드는 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적은 것. ‘읍니다’는 ‘습니다’로 바꿔야 한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1월 9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에서 띄어쓰기나 맞춤법상 틀린 곳이 없어 오히려 화제가 됐다. 당시 소설가 이외수씨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글을 올바로 사용한다며 칭찬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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