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미세먼지 많은 서울…환경정화 가로수는 줄어
15년사이 은행·양버즘 83%→59%로
벚나무·이팝 3%→14%로 많이 심어
간판가리는 큰나무 대신 꽃나무로
공원내 나무 줄이고 기념물 세워
알고보면 실질 녹지면적은 감소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가리라. (중략)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서울을 사랑하리라’

‘7080’ 가요 ‘서울’의 도입부다. 짙은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써야하는 요즘 서울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차라리 만화 속 판타지 같다. 빌딩 마다 온갖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게 도대체 인도 뉴델리에 버금가는 공기질을 갖춘 도시에서 가능한 일일까.

알고보면 서울은 공원, 녹지 면에선 세계 어느 주요 도시와 견줘도 꿀리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공원ㆍ녹지는 146㎢로 시의 총면적(605㎢)의 약 4분의 1 규모다. 1인 당 공원의 면적은 16.3㎡. 5평 남짓한 안방에 1명이 서 있는 꼴이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인왕산, 청계산 등 도심 주변에 산들이 많은 덕으로, 시민이 실제 체감하며 누리는 수준은 아니다. 현실은 저녁 식사 후 가볍게 거닐만한 잔디, 산책로, 함께 호흡하고 느끼고픈 오래된 거목 하나 쉽게 찾기 어렵다. 


▶가로수, 은행ㆍ양버즘 줄고 벚ㆍ이팝 늘고
=종로, 을지로에는 사과나무나 감나무가 없다. 두 유실수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가 권장하는 가로수 계획수종 20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시 가로수는 양적으로 늘고, 질적으로는 다변화 추세다. 지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서울 가로수 수종 변화를 살펴보면 가로수 주수는 2000년 26만5481그루에서 2015년 30만3143그루로 14% 가량 늘었다. 이는 재개발ㆍ재건축 때 신설 도로가 늘고, 이열식재(두줄로 심기) 등 주수를 늘려서다.

전체 가로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종은 은행과 양버즘 나무다. 둘은 대표적인 환경정화 수종이다. 그런데 15년 새 은행은 11만3968그루에서 11만3173그루로 800그루 이상 감소했고, 비중은 43%에서 37%로 낮아졌다. 양버즘은 10만6151그루에서 6만9075그루로, 약 4만그루가 사라졌고, 비중은 40%에서 22%로 크게 줄었다. 두 수종의 비중은 80% 이상에서 6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기오염 정화 능력이 탁월한 은행과 양버즘이 베어진 자리에는 당장 눈이 즐거운 꽃나무들이 심겼다. 9025그루(3%)에 불과했던 벚나무는 2만9883그루(10%)로 3배로 늘었다. 이팝은 2005년 전에는 수가 적어 ‘기타’로 분류됐지만 2015년에는 1만3281그루(4%)로 점차 흔해졌다.

환경정화 나무는 줄고 꽃나무가 흔해진 것은 시의 가로수 수종 다양화 정책 영향도 있지만,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민선 구청장과 구의회가 흔들린 탓도 크다.

특히 은행은 가을철에 천덕꾸러기 신세다. 밟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를 떨어뜨리고, 비라도 오면 나뭇잎이 길 위에 찰싹 들러붙어 환경미화원의 애를 먹인다. 뭣보다 은행과 양버즘은 줄기가 직선으로 뻗어 강건한 수세(樹勢)로, 종종 건물의 간판을 가린다. 건물주의 민원이 많다보니 가로수 중 크기가 큰 은행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꽃나무를 좋아하니 꽃나무가 더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꽃가루는 각종 먼지와 함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시민들의 근시안적인 기호가 환경정화 나무들을 거리에서 쫓아낸 셈이다.

▶사연 많아야 오래 가는 나무=서울 도심에서 오래고 큰 나무를 찾기 어려운 요즘이다. 개발 논리가 앞서 건물을 새로 짓거나 도로를 넓힐 때 오래된 나무들을 함부로 잘라내서다.

시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존하는 보호수는 모두 211수다. 보호수로 지정받으려면 수종에 따른㎡ 수령(樹齡), 수고(樹高), 가슴높이의 지름의 선정 규격을 통과해야한다. 가량 소나무는 나이 200년, 키 20m, 지름 1.2m의 풍모를 갖춰야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금천구 시흥동, 도봉구 방학동에 830년 된 은행나무들이다. 모두 1968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방학동에 있는 것은 높이가 25m나 된다. 보호수에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다. 시흥동 최고령 보호수가 뿌리내린 곳은 조선시대 정조와 그 모친인 혜경궁 홍씨가 수원 행차시 머물렀던 자리다. 금천현의 처소인 동헌자리로, 정조가 능행할 때 행궁(임금이 거동할 때 머무르는 별궁)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원 면적은 늘었는데 알맹이는? =서울시 공원은 2016년 1월과 10년 전인 2007년 1월을 비교하면 갯수는 1587개에서 2171개로 36%, 면적은 782만㎡, 7.8% 각각 늘었다. 그런데 도시자연공원의 면적은 외려 145만㎡(2.3%), 여의도면적(23만㎡)의 6배 가량이 줄었다. 반면 다른 종류의 공원들은 갯수와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 근린공원 23%, 어린이공원 25%, 소공원 723%, 주제공원 20%씩 면적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원 안에서도 녹지를 없애고 각종 기념물과 건물을 넣는 추세여서, 녹지 면적을 따져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안성로 신규대 조경과 교수는 “서소문역사공원에 천주교순교성지 기념관이 들어서는 등 공원도 건물이 잠식하고 있다”며 “자치구가 압력단체나 민원에 밀려 하루 아침에 녹지나 나무를 없애지 못하도록 관련조례를 만들고 환경시민단체와 언론들도 감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