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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짐 내려놓은 朴시장…‘서울의 미래’ 큰그림 그린다
파리 등 순방 도시외교 잰걸음
남은 1년간 최선…3선도전 구상


지난달 28일 오후 1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박 8일간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영국 런던을 들러 도시 외교 강화와 도시재생지역 현장을 찾아 서울에서 접목할 부분을 찾고 지난 6년여간의 성과를 되돌아 보기 위해서였다. 그간 박 시장의 유럽, 중국, 동남아 순방 등을 동행 취재했던 기자로서는 이번에 시장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 이달고 파리시장(왼쪽), 사디크 칸 런던시장(가운데)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질 개선을 위해 국제자동차환경등급제 도입을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과거 순방때 ‘워커홀릭 박원순’이라 불렸던 그를 이번에는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했다. 박 시장의 해외 출장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숨 쉴 틈 안주기로 악명(?)이 높았다. 담배 한대 태울 짬이 없을 정도의 강행군에 파김치가 돼 기사를 송고하면 하루 너댓시간 자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확실히 달랐다. 지난 6년간 박 시장의 어깨를 짓눌렀던 대선후보 타이틀을 스스로 내려놓아서인지 여유가 있었다. 수행 공무원을 챙기고, 동행 취재진에게 덕담도 건넸다. 그의 얼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짧게는 1년 2개월 뒤 서울시장 3선을, 길게는 6년 뒤 대선을 생각하겠지만, 비로소 ‘나를 위한 서울시’를 벗어나 ‘시민을 위한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첫날 파리에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에 도착했다. 과거 같으면 도착과 동시에 현장으로 향했을 박 시장이지만 이튿날 오전 9시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시작으로 도시외교를 시작했다. 이어 파리시청에서 안 이달고 파리 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기질 개선을 위해 국제자동차환경등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파리 특파원과 간담회와 기후리더십그룹인 C40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OECD에서 강연했다.

파리에서의 이틀 일정 후 바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했다. 빡빡한 일정에도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고, 항상 손에 들려 있던 수첩도 없어졌다. 메모광으로 불렸던 그가 디테일에서 미래비전으로 마인드를 전환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과거 세세한 것까지 챙겨 스스로 ‘박주무관(7급 공무원)’이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신이다. 미래비전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졌다. 답답한 현실정치 이야기는 기자들이 질문해도 간단한 답변으로 응수하고 5년뒤 10년뒤 서울시에 대한 질문에는 각종 사업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금의 팍팍한 서울살이가 그때 가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에 찬 답을 내 놨다.

공무원에 대한 신뢰도 과거와 달리 높아졌다. 최근 정무라인을 대폭 교체한 상황에 오는 7월 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 1ㆍ2 부시장이 잘하고 있는데 지금 논할 이유가 있냐”고 말해 유임을 암시했다. 이어 “너무 사람이 자주 바뀌게 되면 일의 진행이 끊어진다”며 “지금까지 벌인 각종 사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라도 3선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선 불출마 선언은 나 스스로 생각해 보니 준비 부족 인식 결과”라며 현재 맡은일에 충실히 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도전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시장은 이동 중 궁금하거나 알아봐야 할 사항은 SNS로 즉시 서울에 현재 상황을 묻고 서울에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드 배치로 시작된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서울시로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 시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도시 재생사례를 살펴보며 도시재생과 관광의 접목에 대한 깊은 관심도 나타냈다.

박 시장의 이번 유럽 순방은 서울 시장으로 지낸 과거 5년 5개월여를 돌아보고 남은 1년여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서울시의 10년을 구상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런던=이진용 기자/jy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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