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비웃는 지하철 부정승차…퇴출 등 엄단조치 무색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부정승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도 부정승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영국에서는 몇몇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부정승차를 하다 금융권에서 쫓겨나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부정승차는 여전하다.

지난 2014년 한 해지펀드 매니저가 장기간 지하철 부정승차하다 금융권에서 영구 퇴출됐다. 세계 유명 자산 운용 회사인 블랙록에서 근무하던 조나단 폴 버러우즈씨는 런던 외곽 도시에 위치한 스톤게이트역에서 런던 시내인 캐넌 스트리트역까지 매일 출퇴근했다. 그는 편도 거리상 21.50 파운드(한화 3만원)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스톤게이트 역의 단속이 허술하다는 점을 노려 매일 개찰구를 뛰어넘었다. 런던 시내에 도착해서는 단 7.2파운드(한화 1만원)만 내고 역을 빠져나왔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수년간 약 4만2500파운드(한화 5900만원)에 달하는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런던교통공사 누리집]

버러우즈 씨의 부정승차가 적발되자 영국 금융감독청은 “금융권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자로서 타인에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를 금융업계에서 영구 퇴출시켰다. 그는 그동안 내지 않은 부정승차비 4만2550 파운드와 벌금 450 파운드(한화 63만원)를 모두 내야 했다.

지난 2015년 4월 한 40대 영국인 은행가도 수년간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다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런던 시티은행에서 근무하던 사이먼 킹(47) 씨는 지난 2013년 5월 회사로부터 무이자 대출로 4000파운드(한화 555만원)를 빌려 ‘골드카드’라고 불리는 지하철 정기 승차권을 구입했다. 킹 씨는 이 카드를 복사한 후 지하철역 개찰구에 투입하는 대신 역무원에게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무임승차했다. 골드카드는 곧바로 환불했다. 킹 씨는 카드에 적혀진 만료 날짜를 임의로 수정해 카드 만료 시점을 늦추기도 했다.

그의 부정행각은 약 2년후에 들통났다. 한 역무원이 골드카드를 전자 개찰구에 직접 투입하라고 한 것. 2년간 약 8000 파운드(한화 1100만원)에 달하는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그는 결국 직장에서 해고되는 동시에 금융업계에서도 영구 퇴출됐다. 1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240 파운드(한화 33만원)의 벌금형도 내려졌다.

이처럼 영국 금융업계가 부정승차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엄단 조치를 내리지만 부정승차로 인한 손실액은 증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영국 부정승차로 발생한 손실액만 6100만 파운드(한화 847억원)로 2010년 이후 207% 급증했다.

영국 정부가 2020년까지 지하철 세금 보조금 7억 파운드(한화 9700억)를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정승차 단속이 더욱 허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지하철역의 단속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만 부정승차를 줄일 수 있다며 정부에 지하철 인력 확충을 요구한 바 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