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빌려타고 몰래타고 …1350원에 양심 판 年4만명
-지하철 부정승차 1년만에 1만 건 급증 …장애인 카드 도용 등 유형 다양

[헤럴드경제=이현정ㆍ김유진ㆍ송승현 기자] #1. 강남역 2호선 개찰구 앞. 한 20대 여성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갖다대자 개찰구에 ‘장애인’임을 알리는 노란색 등이 켜졌다. 부정승차 단속 중이던 지하철 관계자가 이 여성을 붙잡았다. 비장애인 승객이 장애인 복지카드로 승차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다. 성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에 따라 게이트 색깔이 달라지는 것을 몰랐던 이 승객은 결국 “장애인인 친동생의 카드를 하루만 빌려쓴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승객은 결국 기본운임1350원의 31배에 달하는 4만1850원의 부가금을 냈다.

#2. 한 40대 남성이 강남역 개찰구 옆에 있는 교통 약자 출입구인 비상게이트의 벨을 눌렀다. 이 남성이 스피커폰에 “지하철 방향을 잘못 봤어요. 문 열어 주세요”라고 말하자 ‘딩동댕’ 소리와 함께 비상게이트가 열렸다. 지인으로 보이는 다른 남성도 뒤따라 들어갔다. “지하철을 잘못 탔다”고 하면 비상게이트를 쉽게 열어준다는 점을 악용해 무임승차한 것이다. 왜 요금을 내지 않느냐는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서울지하철 부정승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부정승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 개찰구.

서울지하철 부정승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부정승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하철(1∼9호선) 부정승차 적발 건수는 4만2800여건으로 2014년보다 1만 건 이상 늘었다. 부정승차가 가장 많이 적발된 역은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역(2649건)이었고 4호선 명동역(1439건)과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1225건)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부정승차로 징수한 부가금만 17억1600만 원에 달했다.

부정승차의 유형은 장애인 복지카드 도용이나 비상게이트을 이용한 무임승차 등 다양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적발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장애인용 1회 승차권의 경우 특별한 신원 확인 없이 일반 승차권 발급기에서 장애인 신분증을 인식시키기만 하면 승차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교통 약자를 위해 설치된 비상게이트를 통한 무임승차도 단속이 어렵다. 실수로 다른 방향의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더라도 교통카드를 이용한 지 5분 이내 다시 반대편 개찰구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방향을 잘못 탔다는 핑계를 대고 비상게이트를 열어달라고 요구한다. 실시간 감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역무원들은 비상게이트를 열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이날 오전 강남역 개찰구를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승객 5명이 비상게이트를 통해 부정승차했다.

지하철운영기관은 정기적으로 부정승차 집중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부정승차 특별단속기간에 수십명의 인력이 별도로 투입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비단속기간에는각 역의 기존 인력 1~4명이 출퇴근 시간대에 단속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