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해충돌 논란이 협상 붕괴에 큰 역할”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자신이 운영해온 회사와 중국 기업과의 투자 논의를 전격 철회했다. 그동안 공직을 맡아 외교 무대를 누비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 이익과 ‘이해충돌’ 비판이 협상 결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쿠슈너의 가족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즈’는 중국 기업인 ‘안방(安邦ㆍAnbang)보험’과의 미국 뉴욕 맨해튼의 55번가 666번지 초고층 빌딩 재개발 논의를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사진=AP연합] |
사업 규모만 75억달러(8조35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양측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넘게 투자 협상을 진행해왔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업이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붕괴됐다”며 “이해충돌 비판이 협상 붕괴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29일 쿠슈너 측 대변인도 “쿠슈너 가족회사와 안방보험이 투자 관련 논의를 철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 결렬에도 다른 투자자들과 협상을 계속할 방침임을 밝혔다.
쿠슈너는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안방보험과의 초기 논의에 참여해왔고, 백악관 입성한 후엔 그의 아버지인 찰스 쿠슈너가 협상을 주도해왔다. 잠재적 이해충돌 갈등 방지를 위해선 666번지 빌딩 관련 지분을 다른 가족들에게 파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쿠슈너 컴퍼니즈가 건물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와 참모진들이 정부의 역할과 기존 사업 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쿠슈너가 외교 정책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그의 가족을 부유하게 만드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방보험의 회장인 우샤우호이는 중국의 전 국가주석 덩샤오핑의 외손녀와 결혼한 인물로, 이해충돌 논란을 더 부각시켰다.
양측 회의는 이번 달에도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WSJ은 “8개월 넘게 진행해온 쿠슈너 가족기업의 맨해튼 고층 건물 투자 계획이 이해상충 문제로 비틀거리고 있다”며 “중국기업이 이해충돌 논란을 우려해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1주일 만에 양측은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쿠슈너 가족회사가 중국 안방보험과 재개발 논의를 진행하다 무산된 뉴욕 맨해튼 55번가 666번지 빌딩. [사진=AP연합] |
쿠슈너는 2007년 이 빌딩을 18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듬해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면서 빌딩의 지분 49.5%를 부동산회사 ‘보나도’에 넘겼다. 이후 쿠슈너 일가는 건물의 재개발 계획을 수립, 2025년까지 40층을 증축하고 꼭대기 층을 고급 아파트로 개조할 계획이다.
쿠슈너는 이번 이해충돌 문제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를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른 ‘러시아 스캔들’과도 연루됐다. 앞서 쿠슈너가 지난 1월 러시아의 국영 은행인 ‘브레시코놈뱅크(VEB)’의 은행장과 면담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러시아 내통 의혹 청문회에 쿠슈너를 증인으로 세우는 등 그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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