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민폐족’도 골머리…“식당 텔레비전도 못 키게 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13년째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해온 김모(53) 씨는 요즘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손님들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탄핵이후부터 시위자들과 경찰이 가게 앞을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김 씨는 “탄핵이 인용된 날부터 매출이 90% 이상 떨어졌다”며 “인근 도로도 경찰 통제가 이뤄지면서 손님들이 운전해서 오기를 불편해 하거나 집회자들 때문에 오는 것을 꺼려한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탄핵인용이 아쉬웠지만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이렇게 시끄럽게 굴고 남한테 피해줘도 되는 것이냐”며 “대체 이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 친박집회가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면서 인근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태극기 민폐족’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한 상인이 가게 유리창에 경고문을 부착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
자택 앞 친박집회가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면서 인근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6일 오전 자택 앞은 수십명의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를 통제하는 경찰과 취재진이 더해져 인근 도로는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버거웠다. 지난 12일부터 자택 앞에서 ‘응원집회’를 시작한 이들은 다음달 12일까지 집회신고를 해 놓은 상태다.
상인들은 사무실 밀집지역 특성상 단골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집회로 단골 손님들을 아예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택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장모(63) 씨는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배달장사를 중단했다. 친박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하루아침에 가게 앞을 막아 배달이 어려워진 것이다.
장 씨는 “밖에서 출입구가 보이지 않으니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고 도로 상황 상 배달마저 힘들어졌다”며 “10년넘은 단골 손님들이 대부분 배달을 시키는데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고 전화를 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이 정리된다해도 단골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까봐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민폐 행동도 상인들의 또다른 골칫거리다.
장 씨는 요즘 평소보다 식당 문을 2시간 일찍 닫는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집회자들 때문이다. 장 씨는 “저녁시간대에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 옆 손님들한테 시비를 걸거나 TV뉴스 채널도 마음대로 못 바꾸게 하는 등 민폐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건물 옥상에 있는 취재진을 내려오게 하라며 아무 관련없는 우리에게 화풀이까지 한다”고 했다.
일부 집회자들의 민폐가 계속되자 이를 자체적으로 제지하려는 상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택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정모(33) 씨는 얼마 전 가게 유리창에 ‘쓰레기와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경고문을 붙였다.
“집회 이후로 가뜩이나 매출이 30%나 떨어졌는데 집회자들이 가게 앞에 앉아서 쉬거나 쓰레기나 담배 꽁초를 무단을 버려서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집회측에게 조용히 해달라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직접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성을 내고 시비를 걸어서 경고문을 붙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