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리 “웬 히스테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향한 폭언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터키 개헌 지지 집회를 막은 네덜란드를 ‘나치’, ‘파시스트’, ‘바나나 공화국’에 비유한 데 이어 이번에는 스레브레니차 학살 책임론을 제기했다.
BBC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보스니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에 배치된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네덜란드군이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스레브레니차 학살로부터 네덜란드의 도덕성과 인성이 얼마나 파탄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역사는 어둡지만, 우리는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 무슬림 8000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학살의 책임은 세르비아계에 있지만, 네덜란드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서 희생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은 지금까지도 네덜란드에 예민한 부분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네덜란드의 터키 개헌 지지 집회 차단 조치가 “국가 테러”라고 비난했다.
그는 “네덜란드 정부의 과오는 사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가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3일 터키 정부는 네덜란드의 터키 장관 입국 차단에 반발해 고위급 외교를 잠정 중단하고, 외교 사절이 탑승한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네덜란드대사의 입국도 불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를 겨냥한 ‘추가 조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터키 언론은 경제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뷜렌트 튀펜크지 관세무역부장관은 “앞으로 경제 제재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스레브레니차 학살 관련 발언이 “혐오스러운 거짓”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점점 더 히스테리 상태가 되고 있다”며 “그가 진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터키는 다음달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