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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고강도 사드 보복. 한국도 中 옥죌 카드 많다
-중국 경제에서 한국은 최고 고객...관광객 1위, 직접투자 2위 등
-양국 경제 교류 대부분인 중간재에는 침묵하는 이유...자신있는 대응이 관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444만명으로 관광시장 최대 고객, 소비재 122억 달러 흑자, 동포를 통한 송금액 약 4조원. 직접투자액 43억달러.

중국이 한국을 통해 얻고 있는 경제적 이득이다. 지난해 중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440여 만명, 중국을 찾은 전체 해외 관광객의 10%가 넘는다. 중국 여행업의 최고 고객이다. 

중국 지린성 지린시에서 5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마오쩌둥 포스터를 들고 한국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또 김치부터 맥주, 충전기 같은 이런저런 소비재 수출을 통해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벌어들이는 무역흑자만 122억 달러에 달한다. 또 50만명에 육박하는 한국 체류 중국인과 조선족이 매년 중국에 보내는 돈만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지난해 중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도 43억 달러로, 최근 2년동안 9000억달러가 빠져나가는 심각한 자본 유출에 흔들리고 있는 중국에게 한국은 싱가포르 다음가는 ‘도우미’이자 ‘구세주’다.

중국이 자신들의 최대 관광 손님이자, 또 실질적 무역 흑자국, 여기에 인력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국인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노골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반짝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을 막고, 연예인들의 활동을 금지시키며, 또 몇 되지도 않는 현지 유통, 소비재 기업의 활동을 물리력으로 방해하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알아서 중국에 항복할 것이라는 19세기 식 외교 정책이다.

이번 중국의 경제 보복의 골자는 WTO나 한중FTA 같은 글로벌 경제 규범을 겉으로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심리적, 실질적 타격을 주기 위한 여론 플레이가 골자다. 공산당 기관지와 학자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위협하되, 문제가 될 수 있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겉으로 뒷짐지고, 뒤로는 여행금지 같은 조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실질적으로 양국 경제 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간재, 산업재에 대한 규제는 미동조차 없다. 한국산 D램과 낸드플래시, 그리고 OLED, 화학, 철강 소재 재품 및 기계부품의 수입을 가로막으면, 미국과 유럽, 동남아를 향해 수출하는 중국 기업들이 먼저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중국 허난성 신정시 완지아 도매시장 앞에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롯데제품이 짓밟히고 있는 모습이 지난 5일 웨이보에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나마 중국 회사 중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화웨이가 누적 적자에 못이겨 최근 스마트폰 사업의 강도 높은 인력 감원을 예고하고, 또 늘어나는 손실에 자국의 조선과 화학, 철강 설비 재편에 어쩔 수 없이 나서고 있는 중국 현실에서, 경쟁력 높은 한국산 부품의 사용 중단은 사망 선고 그 자체다.

10여년 전 부터 중간재 위주로 중국 수출을 늘려온 대다수 기업들도 실제로 담담한 표정이다. 중국에 각종 화학,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또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유화 업계 관계자는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가 만든 화학 제품이 자국 내 완제품 생산에 필수인 유화 제품 특성상 직접적인 수입중단 같은 조치나 징조는 없다는 말이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 명분으로 한국산 제품 구매 제한과 관세부과를 했지만, 자국 소비자 부담이 늘면서 얼마 못가 스스로 철회했다”며 “대체재가 마땅치 않고 과거 전례도 있어 크게 신경 안쓰고 있다. 다른 부품 업체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의 피해는 없고 상대에게만 타격을 줘야만 경제 보복이 가능하지만,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그럴만한 수단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재와 핵심 소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중국 경제 구조상, 지금의 사드 보복은 잘못된 정책 판단이라는 의미다.

중국 허난성 신정시 완지아 도매시장 앞에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롯데제품이 짓밟히고 있는 모습이 지난 5일 웨이보에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중국의 장단에 맞춰 자조적으로 항복을 외치는 일부 국내 정치권과 여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자, 또 아시아에서 몇 안되는 선진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과 같은 방법으로 맞대응이 불가능한 외교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몇가지 피해 사례를 들며 항복을 재촉하는 단견에 대한 비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외형만 가지고 사드 압박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 지나치게 우려하는 국내 여론도 큰 문제”라며 “트럼프 등장 이후 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압박, 보호무역 중심의 중국 시장 특성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냉정한 분석과 접근을 당부했다. 중국 경제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자신있게 접근하는게 장기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과거 일본과 대만에 대한 도발이 역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대중 의존도 완화라는 대안으로 이어진 중국의 오판이 이번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당부다.

상대적으로 공산당의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중국 사회 특성 속에서도 최근 롯데마트에 대한 정부 조치를 비판하는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중국인이야. 제재를 하려면 일자리부터 찾아주라고”라며 몇몇 중국인이 자국 사이트에 남긴 글이 화재가 됐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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