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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지금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다. 그 어떤 이슈도 대선만큼 중요하지 않다. 모든 대화는 기-승-전-대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과 추측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의 대화가 대선 예측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엘리트 차원에서 보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ㆍ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청와대가 입김을 행사하는 수많은 자리가 있고, 그와 연관된 기업이나 조직은 또 얼마나 많은가. 제왕적 대통령의 위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언론에 얼굴을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대권경쟁과 직ㆍ간접적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이유다.

그러나 대중적 차원에서 보면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새 대통령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우리의 삶에 문제가 많을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권후보들이 자신이 당선되면 이런 나라, 저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떠드는 이유도 이러한 국민적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당선되든지 국민적 염원을 실현하는데 적지 않은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현실이다.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집권 5년차 직무수행평가에서 긍정적 평가가 30%를 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집권 초반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국정운영을 시작하지만 집권 4년차에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레임덕으로 빠져들었다. ‘4년차의 저주’가 발생하는 직접적 계기는 권력형 스캔들이지만, 3년차부터 전반적 하락세가 존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캔들이 터져 나오기 이전부터 직무수행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국정수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출발했다가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일관된 경향을 드러냈다.

그간 적지 않은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뽑아서 그에게 맡기고 또 실망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 그들이 무슨 생각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집권 1년차에 움직이기 시작해서 입법과정을 거쳐 실제 정책을 실현하는 데는 2~3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4년차의 저주가 발생하면 사실상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외순방과 같은 의전적 행사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신이 할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다. 우리 국민들은 늘 소통하는 대통령, 설득적인 대통령, 유능한 대통령을 꿈꿔왔다. 지금 대권도전에 나선 후보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대통령들도 대개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을 것이다. 아집과 독선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점이 과연 개인의 품성이나 자질의 문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일까.

대통령의 자질은 결국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실천적으로 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집안일 도우미를 뽑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방송에서 대권후보를 불러다 소위 국민면접이란 걸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진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름과 대통령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하는 이나 보도하는 언론이나 얼빠지긴 마찬가지다. 이제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늘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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