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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제국노조’가 장악…‘한다이~정신’이 사라진다
현대차, 제2의 한진해운 될 수 있어
송호근 교수, ‘가보지 않은 길’서 비판
평균 연봉 9600만원, 성과급은 평등
다른 공장 이익 편취, 도덕적 해이 심각
‘시민성’배양이 기업과 개인 상생의 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17년 2월 17일, 한진해운이 파산 선고를 받는다. 2016년 9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6개월 만이다. 40년 역사의 거대해운사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현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다른 기업들의 위기감도 적지않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지만 한국경제는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기업들은 갈팡질팡이다. 이 중심에 제 밥 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철옹성 노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작심하고 쓴 책 ‘가보지 않은 길’에서다. 날선 비판의 대상은 한국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현대자동차 노조다.


지난 1년간 현대자동차 임직원 5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에서 송 교수는 현대자동차의 ‘제국 노조’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다.

조합원수 4만8000명, 평균연봉 9600만원, 정년 60세 완전고용상태인 현대차 노조는 전국 최고의 임금을 자랑하지만 생산성은 그에 못미친다. 송 교수에 따르면, 이는 현대차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외국공장에서의 이익을 편취한 것이다. 울산공장은 아산공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성과급은 동일하다. 전형적인 편승이다. 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살피는 노조의 공적 기능은 뒷전이다. 노조가 작업장을 완전 장악한 상태에서 회사는 통제력을 상실했고 중간관리자는 충돌사태를 피하려 몸을 사릴 뿐이다. 여기에서 신화를 일군 열정과 도전, ‘산업입국’의 소명과 조율의 ‘한다이~정신’(‘일단 하고 보자’)은 찾아보기 어렵다.

송 교수는 “현대차 그룹 노조가 ’제국의 하청‘에서 이제 ‘제국 노조’로 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체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자동차의 구조적인 문제는 ‘기술주도적 포디즘’으로 불리는 생산시스템에 있다. 최고 기술력과 단순 노동을 결합한 형태로 현대자동차가 90년대 노조와의 충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택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런 형태가 공장 해외 이전과 현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4차 산업혁명흐름 속에서는 맞지않다는 점이다.

시장의 차별화된 욕구에 부응하려면 경영자의 민첩한 리더십과 노동자의 개성, 창의적 사고가 요구된다. 또한, 공장 근로자부터 경영자, 계열사, 외부 협력업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함대형’ 경영에서 벗어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게 필요하다.

송 교수는 이와 함께 기업 내부 소통의 문제로 인구학적 조직문화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세대 특성상 40~50대는 가치에 대한 절대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민주주의와 불확실성 경험이 강한 현재의 20~30대는 가치에 대한 다원주의 혹은 상대주의 성향이 강하다. 기존의 동질성과 위계적 조직에 기초한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송 교수는 이런 불통과 투쟁적인 사회를 극복할 대안으로 ‘시민성’을 제시한다. 기업은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부, 봉사, 자선, 장학사업, 국가의 산업경쟁력과 과학수준을 높이는 공적 기능,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경영진의 수범행위 등이 포함된다. 직원 역시 내부에서만 소통할 게 아니라 공적 쟁점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나 자원봉사에 참여하는게 필요하다.

송 교수는 “이기적 심성, 경쟁과 독점, 불평등과 격차 등 사회를 옥죄는 누증된 모순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렵게 성장동력을 찾아내더라도 투쟁사회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시민성을 키우는게 그동안 “생산에만 매진해 온 현대차, 아니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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