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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년 예산 고작 3500만원…허울뿐인 ‘여성친화도시'
-지자체 불만 “정부 형식적인 지원”
-예산 문제가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여성친화도시’ 사업이 기초지자체의 재량과 재원에 거의 맡겨지다시피 하면서 실질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가부의 지원 예산도 고작 3500만원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모두 지자체 컨설팅과 교육에만 쓰였다.

여가부는 지난 2009년부터 “남녀가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해왔다. 



여성친화도시 조성계획 심사를 통해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기초지자체는 여가부의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전라북도 익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76개의 기초지자체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재지정 평가는 5년마다 이뤄진다.

여가부가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자체들 사이에선 여성친화도시사업이 형식적인 정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여성친화도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은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되도록 컨설팅을 해줘야 하는데 컨설팅은 전화 몇 통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어떻게 정책을 운영해야할 지 막막함을 호소했다. 이어 “내실있는 컨설팅과 체계적인 여러가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제출한 “여성친화도시의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부는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정연)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전적으로 위탁하고, 사업 확대발전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주무부처의 제대로 확립된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여성친화도시 정책의 특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정책 전문가는 “이 정책은 원래 익산의 자발적인 제안에 따라 추진된 상향식 정책”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맞춰 운영되어 지역실정과 괴리가 생기는 국고사업과 달리 여성친화도시사업은 지차제 수요에 따라 생기는 정책이 많다”고 했다. 이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실제로 성과를 낸 기초지자체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최유진 여정연 연구원은 “자치구 내에 여성친화팀과 같은 새로운 인력이 투입되거나 지자체 부서 평가에 여성친화정책을 지표로 삼는 지차체도 생겨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는 보여주기 어려울 수 있어도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비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큰 성과”라고 했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여성친화도시’ 명패만 걸어둔 채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어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자치구 공무원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면 예산이나 구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결국엔 국비 사업이나 시비 사업에 먼저 초점을 두게 된다”고 했다. 이 자치구의 경우, 2명이었던 여성친화도시 담당자는 결국 1명으로 줄었다.

재정 문제를 이유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보다는 원래 사업에 여성친화도시 이름을 붙힌 지자체도 있다.

수도권의 한 자치구 공무원은 “예산 투입 없이 여성친화도시 지정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던 사업에 ‘성평등’의 중점을 두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친화도시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3500만원으로 모두 지자체 컨설팅과 교육에만 쓰였다.

여가부도 예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황우정 여가부 성별영향평가과장은 “따로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 상황상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계속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지난 2012년부터 여성친화도시 우수기관에 포상금을 지원했지만 지원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포상금 정책을 폐지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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