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인 대포폰을 국가 최고기관인 청와대의 직원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초법적 행태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영선 행정관이 최순실의 휴대폰을 닦고 있는 모습 [사진=TV조선 캡처] |
명의 등록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차명폰, 혹은 대포폰으로 부른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서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직원이라고 해서 법 적용의 예외 대상은 아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을 저지른 셈이다.
이 행정관은 12일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할 때 도감청을 우려해 다른 사람 명의의 핸드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명폰을 갖고 다니는 게 결국은 박 대통령이나 정호성, 안봉근 등 일부 인사와 통화할 때만 사용하기 위한 것이냐”는 소추위원의 질문에 “국가원수는 도감청에 대한 위험을 안고 있다”며 “그런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보안과 관련해 (차명폰을) 사용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해 마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12일 청와대 측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보안 기능이 있는 공용폰이 지급된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유도 선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 후보 시절 경호를 담당하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 4급 행정관으로 채용됐다. 행정관은 비서관급 아래 직급이다.
이 행정관이 대포폰 사용 이유에 대해 “대통령과 보안 통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답변이 나옴에 따라 청와대 내 비서관 이하 직급 직원들의 대포폰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이 행정관이 답변 도중 “개인적 판단”이라고 밝힌 부분과 관련, 청와대가 불법 대포폰 사용과 관련해 조직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이 행정관은 자신의 대포폰 연락처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서는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포폰을 압수당하기 전 특정 전화번호를 삭제한 것에 대해 “실수로 지웠다”며 “굉장히 긴장해서 손을 떨다가 조작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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