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 中압력에 내부결속 다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다음달 중남미 순방길에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어서 누구와 만남을 가질 지 주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나 그의 측근들을 만나게 될 경우 미중(美中) 관계에 새로운 신호를 주는 것이어서 당사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이 총통은 다음달 7일부터 9일간 온두라스,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 순방에 나선다. 순방길에는 미국을 경유할 예정인데, 호우칭샨 대만 외교부 차장은 21일 대만 의회에 출석해 과거의 관례에 따라 미국 경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우 차장은 구체적인 경유지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이미 미국과의 조율이 끝났다는 보도가 나온다.
차이 총통의 경유지가 주목받는 것은 누구와 만나게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빌딩이 있는 뉴욕을 경유하게 된다면 트럼프나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미국과 대만 정가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호우 차장은 차이 총통이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는 밝혔지만,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차이 총통과 트럼프가 만나는 것은 37년간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의 기본이 돼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의 중국’은 대만을 독립국가가 아닌 중국의 일부로 보는 것으로, 이에 따라 미국과 대만 정상은 공식적으로 회담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달 초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이런 금기에 도전했다. 또 얼마 후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을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보고,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에 자국과 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수교할 것을 강요해 왔다.
얼마 전에도 ‘상투메 프린시페’라는 서아프리카의 소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바 있다. 이에 대만과 수교 중인 나라는 21개국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만과 미국의 유착은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차이 총통이 이번 경유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의 핵심이익을 고려할 때만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이 있을 수 있다”라며 밝혔다.
반면 차이 총통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내부 통합을 다지고 있다. 그는 이번주 여당인 민진당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은 대만의 외교를 억압하는 것을 멈춘 적이 없다”라며 “변화의 시기에 해외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당파를 넘어선 국가적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고 민진당 대변인은 전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