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두번째 많은 규모 수도권 26만가구…‘정비’5만가구 3.3㎡당 평균분양가 1년새 69만원↑

2016년 부동산 시장은 작년 말 제기된 일각의 부정적인 전망을 비웃듯 활황세가 이어졌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은 공급과잉 우려가 적은 지역에 몰렸고, 오랜 전세난을 벗어나 매매에 나선 수요자들은 아꼈던 청약통장을 꺼냈다.

[숫자로 보는 병신년 부동산 ⑤] 49만5200가구 분양 ‘봇물’…평균 분양가는 1055만원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열기를 이어받아 많은 물량이 공급됐다. 전제 분양물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년에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미래가치가 높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자는 몰리겠지만, 투기수요가 빠져 청약경쟁률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동탄신도시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물량은 49만5197가구(예정물량 포함)에 달했다. 지난해 51만4982가구보다 소폭 줄었지만, 2000년 조사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부동산 과열과 ‘눈덩이’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부담으로 정부는 7ㆍ1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와 8ㆍ25 가계부채 관리 방안 카드를 꺼냈다. 투자수요는 연말 예고된 부동산 규제에 앞서 돈을 좇아 부지런히 움직였다. 건설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상반기(18만6347가구)보다 하반기(30만8850가구)에 더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뉴타운과 재개발의 호재로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분양시장에 유입됐고, 주거정비로 미래가치를 보장받은 중심으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불확실한 내년에 앞서 호황을 최대한 누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열기를 이어받아 많은 물량이 공급됐다. 전제 분양물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년에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미래가치가 높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자는 몰리겠지만, 투기수요가 빠져 청약경쟁률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동탄신도시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

아파트를 지을 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선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했다. 수도권에선 신도시와 택지지구 분양이 꾸준했다. 서울은 지난해(4만4167가구)보다 28.3% 증가한 5만6660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정비사업 물량은 5만1127가구(일반분양 2만858가구)였다. 잇단 정책에도 실수요자의 이탈은 없었다. 서울의 올해 평균 청약경쟁률은 24.42대 1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26만3365가구, 경기에서는 18만3514가구가 각각 쏟아졌다. 택지지구 위주의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동탄2신도시(1만9078가구), 미사강변도시(7801가구), 옥정지구(5737가구), 은계지구(5514가구), 다산지금지구(5068가구), 호매실지구(3893가구) 순으로 물량이 많았다.

분양시장이 비교적 잠잠했던 인천에서도 2만3182가구가 공급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2.75대 1로 호조세였다. 물량은 송도국제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에 집중됐다. 카지노 복합리조트와 제2여객터미널 등 개발 호재가 풍부한 영종하늘도시에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4434가구가 선보였다.

지방 분양시장을 견인한 부산에서는 지난해보다 5711가구가 증가한 2만7262가구가 공급됐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06.89대 1로 정점을 찍었다. 청약경쟁률 상위 10위 가운데 6곳이 부산에서 나왔다. ‘광풍(狂風)’은 진행형이다.

부산의 한 공인 관계자는 “올해 개발 호재를 품은 양산ㆍ경주 등이 인기지역으로 주목받았다면, 부산은 서울 강남과 같은 높은 미래가치로 그 출발점이 달랐다”며 “특히 전매제한이 없고 환금성이 좋은 구도심 정비사업에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분양시장의 열기는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전국 기준 평균 분양가격은 1055만원(이하 3.3㎡당)으로, 지난해보다 69만원 올랐다. 서울은 재개발ㆍ재건축으로 입지에 대한 가치 상승분이 더해지며 지난해 1946만원에서 2116만원으로 올랐다.

경기는 신분당선 연장선과 SRT 개통, KTX 평택 지제역 개통 등 교통망 확대와 지역개발 호재로 1057만원에서 1128만원으로 상승했다. ‘투기장’을 방불케 한 부산은 1120만원을 기록했다. 기타 도시별 분양가는 대구(1120만원), 인천(1105만원), 경남(998만원), 울산(949만원), 제주(933만원), 광주(907만원), 세종(884만원), 대전(843만원) 순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연간 누계 상승률은 12월 3주 기준 0.86%로 나타났다. 분양 열기와 대조적으로 상승률은 지난해(5.87%)보다 낮았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가운데 원리금 동시 상환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으로 연말 분양시장은 찬바람이 부는 상황이다. 전국 아파트값은 상승에서 보합 또는 하락 전환했다.

내년 분양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건설사의 눈치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상우 부동산114 연구원은 “세부 공급 시기를 정하지 못한 물량이 많아 시장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 서둘러 분양하겠다는 계획과 분위기를 살펴본 후 일정을 잡겠다는 계획이 뒤섞여 있다”며 “금리 인상 리스크와 은행권 대출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내년 분양시장의 기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