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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깨비’ 바람이 분다… 시, 노래, 촬영지까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도깨비 신드롬이 분다.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에서 방송되면 음악이건, 책이건, 촬영장소건 도깨비 방망이처럼 큰 화제가 된다.

지난 10일 방송된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도깨비 김신 역)가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란 시를 읊조리자 인터넷에 시와 시인을 찾는 검색어들이 뜨기 시작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시는 빠르게 공유됐고, 이 시가 실린 시모음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엮음)는 단번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 17일엔 ‘도깨비’ OST Part 4 크러쉬의 ‘뷰티풀(Beautiful)’이 발매와 동시에 국내 각종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빅뱅의 10년 결산 앨범 ‘MADE’ 마저 밀어낸 뜨거운 호응이었다. 환상적인 메밀밭 신을 촬영한 고창의 학원농장을 비롯, 책들에 둘러싸인 도깨비의 실루엣과 따뜻한 햇살이 부딪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던 인천 배다리 헌책방, 검의 비밀을 털어놓던 인천 청라 호수공원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40~50대까지 대한민국이 도깨비에 홀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배신으로 900여년을 가슴에 검을 꽂고 살아야 했던 슬픈 도깨비 김신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고교 3년생 은탁의 만남 이야기는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며 18일엔 최고 시청률 14%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응답하라 1988’에 바짝 다가간 수치다.

도깨비 신드롬은 첫회부터 예상됐다. 매 장면이 예술같은 미장센에 탄탄한 이야기 구조, 개성적인 캐릭터와 공유, 김고은,이동욱의 자연스런 명품연기, 여기에 삶과 죽음의 통찰까지 적당한 무게감으로 명품 드라마임을 입증했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해적판이 불티나게 유통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도깨비’는 로맨스 구조속에서 삶과 죽음, 환생과 윤회를 말하며, 인간 전체 삶의 통찰까지 담고 있어 젊은 사람이나 중년들이 모두 시청하기 좋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세상에 가진 것 하나 없는 도깨비 신부 김고은은 도깨비 공유에 연민을 느끼며, 그를 ‘예쁘게’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칼이 뽑히지 않자 동화속 저주에 걸린 개구리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는 입맞춤을 시도하기도 한다.

‘도깨비’의 김신과 지은탁, 두 인물은 모두 상처받은 존재들이다. 이는 크게 상처받은 우리 국민들이 캐릭터에 대한 심정적 지지가 일어나는 부분이다. 특히 불멸의 삶을 가슴에 꽂힌 검을 뽑아 마감해야 하는 김신의 고통에, “그게 벌이래도 900년 받았으면 많이 받은 거 아닐까?”라며 눈물을 흘리는  김신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는 지은탁의 모습은 상처가 어떻게 치유받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판타지 캐릭터를 통해서나마 아프고 서러웠던 대중들은 위로받는 심정일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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