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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안팎 불안에 발목 잡힌 재계] 탄핵 정국에 경제 비상…직장인들 연말 분위기 ‘제로’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연말이 이렇게 고달플 줄 몰랐습니다. 죽을 맛입니다”

한 대기업 부장의 하소연은 어지러운 시국 속에 연말을 맞은 재계 분위기를 대변한다. 예년 이맘때면 각종 송년회로 들떠 있을 직장인들은 지금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유난히 추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주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다. 대내외 경영환경도 그렇거니와 그룹 총수가 언제 또 특검에 불려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한 기업의 A과장은 “시국도 어수선하고 회사도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어 마냥 연말 기분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송년회가 직격탄을 맞았다. 회식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오찬 약속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

5대 그룹 계열사 소속의 B대리는 “연말이면 장소를 빌려서 파티도 하고 포상을 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소규모 팀이나 파트 단위로 회식을 하며 서로 격려하는 정도의 자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10대 그룹 소속 C차장은 “최근 간단한 점심으로 송년회를 대체했다. 사업실적이 안 좋은 사업부는 ‘희망퇴직 받는다더라’라는 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했다.그는 특히 “김영란법 때문에 직원들끼리 주고 받던 소규모의 선물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연말 인사가 늦어진 기업들은 더 우울하다. 5대그룹 소속 D대리는 “임원 인사를 비롯해 조직개편이나 경영계획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며 “승진이 유력시되던 선배도 누락될까 노심초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통상 미뤄둔 연차를 연말에 소진하던 관행이 있었는데, 올해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5대그룹 소속 한 종합상사의 E대리는 “연말에 미뤄둔 연차 휴가를 내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휴가계를 낼 수 없는 실정“이라며 ”서로 상급자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성과에 따라 배분되는 특별성과급에 기대를 걸고 있다가 헛물만 켤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5대그룹 계열사 소속 F과장은 “사업성과가 좋아 연말에 두둑한 특별성과급을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회사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내년 경제도 안 좋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성과급을 제대로 챙겨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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