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그 사람들 이야기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갈 이야기고, 자기들이 한 얘기를 휴짓조각처럼 버리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신뢰할 수 없다”고 폄훼했다.
 |
| [사진셜명=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투표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ladcorp.com] |
이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가 잘 이뤄져서 협치하고 국가와 국민과 외교와 안보를 걱정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느냐”며 “그런데 두 야당도 믿을 수 없고 야당 지도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 본인 이야기를 본인이 뒤집으니 믿을 수 없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박 대통령의 퇴진 과정에서 야당이 영수회담, 질서 있는 퇴진 등을 제안했다가 거부하고 탄핵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쌓인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3당이 박 대통령 탄핵 직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요격체계) 배치, 국정 역사교과서, 한ㆍ일 위안부 합의, 성과급 제도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야당도 친박 지도부와의 대화를 거절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각에서는 여야정 협의체를 하자는 말씀을 하지만,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한정지로 인해 여당의 지위는 물론 자격도 없다”며 “새누리당은 여당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박 대통령 출당 조치와 대국민사과를 선행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부 요인 중 한 분인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각 당 대표들과 경제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가 정책협의의 틀을 갖춰야겠다”며 “저는 지난 9일 ’국회ㆍ정부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는데,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
| [사진설명=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
여야정 협의체가 아닌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한 추 대표의 심중에는 친박이 꿰찬 여당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국회와 야당이 비교 우위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대화를 거부하는 민주당이 의장과 각 당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 교체가 선결돼야 국정 논의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상호 원내대표 또한 “제가 파악한 바로는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는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동반 사퇴를 한 이후에 친박 성향 원내대표를 세우려고 한다”며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가 오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를 상대로 무엇을 논의하거나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친박ㆍ비박(비박근혜) 내분이 정리되지 않고 비상대책위원장, 원내대표를 친박이 장악하게 되면 여야 대화 채널 구성부터 차일피일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과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낀박’ 지도부로서 비교적 야당과 당내 비박계의 신임을 받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일단 논의는 해봐야 한다”며 이 대표와 결이 다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당 원내대표는 회동 결과 여야정 협의체 운영하기로 결론을 모았다. 협의체 형식과 구성원 결정 과정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정 원내대표가 유임되고 3당 원내대표 사이 대화에 또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가까스로 여야정 협의체는 모양새를 갖춰갈 것으로 관측된다.
ye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