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등 동참…후보 거론 가수 이승환 “난 빼달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한 정치 스타트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을 이끈 촛불 민심을 대변할 온라인 국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촛불을 세력화하느냐”는 네티즌들의 반발로 4일 만에 중단했다.
12일 정치 스타트업 ’와글‘ 등에 따르면 ‘와글’을 운영 중인 이진순 대표(전 서울대 총여학생회장)는 홈페이지에 지난 6일 자로 올린 게시글을 통해 “촛불행진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시민의 위대한 힘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변할 시민대표를 선출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에는 방송인 김제동 씨, 소설가 김훈ㆍ황석영 씨,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 각계각층 인사를 포함한 시민 1141명이 동참했다.
이 같은 취지로 이 대표가 개설한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는 ‘시민대표’를 추천받아 오는 19일 ‘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었다. ‘시민대표’ 후보로 가수 이승환 씨, 이석태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이 등록됐다.
그러나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에서 댓글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 네티즌은 “대의민주주의에 혼란을 주는 시도, 촛불을 세력화하려는 시도를 반대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국회의원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소통하고 정치 커뮤니티가 지천인데 시민의회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시민대표 후보로 추천된 이승환<사진> 씨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빼 주시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제 개인적 생각을 말씀드리면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적었다. 기성 정치권을 향한 반감과 당사자 동의 없이 시민대표 후보로 등록되는 문제점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대표를 없애고 매번 참여하는 사람으로 의회를 꾸리면 문제가 없다”,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옹호 여론도 있었지만 논란이 더 컸다. 결국 이 대표는 ‘온라인 시민의회’ 추진을 중단했다. 그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논의의 충분한 공유 없이 미숙하게 시민의회 사이트를 운영해 시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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