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가 연말 이후부터는 급격히 감퇴해 내년초에는 소비자물가가 2%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부진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1% 하락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1.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다가 9월에 1.2%로 급등한데 이어 10월과 11월 두달 연속 연중 최고수준인 1.3%를 지속했다. 특히 장바구니물가를 좌우하는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0% 올랐다. 신선식품 지수는 올 8월 2.8%에서 9월에 20.5%로 폭등한 데 이어 10월 15.4%, 11월 15.0%로 3개월째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품목의 가격을 보면 무가 1년 전보다 120.7% 폭등해 작년의 2배를 넘었고, 배추(82.1%), 토마토(71.1%), 풋고추(62.4%), 파(41.6%), 양파(27.0%) 등 김장용 채소와 양념류가 큰폭 올랐다. 돼지고기(7.9%)와 국산 쇠고기(7.0%)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와 함께 서민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물가가 1.8% 오르며 전체 물가를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세(3.3%), 하수도료(10.9%), 외식 소주(11.4%), 공동주택 관리비(3.6%), 학원비(고등학생 3.0%) 등의 서비스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의 경제고통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2년 동안 저유가와 총수요 감소로 저물가가 지속돼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경제가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악순환으로 불황이 더욱 심화돼 사전에 차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식성을 신속하게 해소하고, 무너진 경제컨트롤 타워를 복원하는 것이 서민들의 경제고통을 줄여줄 가장 시급한 현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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