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찾지 못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몰렸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고는 28일 53조 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잔고는 올해 4월 18일 52조 6000억원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넘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시중 투자자금이 CMA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기업공개(IPO)가 활발해지면서 청약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도 CMA 잔고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2003년 국내에 도입된 CMA는 은행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 기능과 이체·결제기능을 갖추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증권종합계좌로, 증권사들이 취급한다.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고금리 수시 입출금 통장으로도 불린다.그간 CMA 잔고가 늘어나면 증권업계에선 강세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선 이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CMA 잔고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고 해서 증시 랠리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도 “부동자금이 CMA로 몰리고 있을 뿐이지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MA에 몰린 자금은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MA에 몰린 자금은 나중에 위험자산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자금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