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가 우여곡절 끝에 28일 현장검토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필진도 함께 공개됐다. 하지만 앞 날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듯하다. 교육부는 내달 23일까지 공개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청와대와 교육부가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협의’ 한다는 자체가 한 걸음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 역사교과서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까지 맞물려 정책 추진 동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다. 지금이라도 ‘질서 있는 철회’ 수순을 밟는 게 옳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무리수였다. ‘올바른 역사 교육’이 그 이유라지만 국정화 자체가 전혀 ‘올바르지 않은’ 방식이었다. 역사적 사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은 역사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북한 등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상적인 국가들이 단일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까닭이다. 다양한 역사해석을 통해 학생들은 사고의 탄력성과 창의적 역량을 키우게 된다. 그게 역사를 배우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다. 그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많은 국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 것이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3월로 잡았던 시행시기를 1년 더 미루면서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정과 검인정 가운데 학교가 선택하는 것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택할 학교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강제 권유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끝까지 고수한다고 해도 그 수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국정 역사교과서인 만큼 정권이 끝나면 함께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 속에 박근혜 정부가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를 상황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택할 학교가 있을리 만무하다.
국정교과서는 철회가 정답이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취지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그 답일 수는 없다. 교육당국이 냉정히 판단하고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