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막강한 디젤 라인업으로 세계 1, 2위 자동차 판매량을 다투던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터진 ‘디젤게이트’ 여파에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며 미국 디젤차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의 미래 전략은 이제 전기차가 됐습니다.
이는 향후 디젤차 시장의 향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폴크스바겐 같은 리딩 완성차 업체가 디젤차 대신 전기차를 대폭 키운다면 이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디젤게이트 이후 지금까지 개최된 국제 모터쇼에서는 친환경차가 매번 가장 큰 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각국의 디젤차 억제 움직임도 갈수록 강화되고 디젤 배출가스 규제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봐도 디젤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디젤차는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에도 여전히 실제보다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어 소비자들의 불신이 여전히 깊습니다.
유럽의 비정부 환경단체 Transport & Environment (T&E)가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에서 조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로6디젤 엔진 탑재 총 230개 모델에 대해 실도로 주행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기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피아트와 스즈끼가 기준치보다 15배나 더 많이 NOx(질소산화물)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르노-닛산이 14배 이상의 NOx를 배출했습니다. GM 계열인 오펠ㆍ복스홀이 10배 이상 NOx를 배출했습니다.
현대차도 기준치 대비 8배, 기아차도 6배 가깝게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폴크스바겐도 2배 이하의 배출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여전히 디젤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서 ‘디젤 자동차의 미래’란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디젤기관은 일반 가솔린기관에 비해 연료소비율 측면에서 15~30% 수준의 이점을 가지며 신연소기술, 신요소기술의 도움으로 고효율ㆍ저배기화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 완성차들도 향후 디젤 엔진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터 루에커트 다임러 AG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은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유럽에서 벤츠의 디젤 엔진 비중은 여전히 50% 수준이다. 디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가속화된다고 해서 디젤 엔진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에커트 사장은 또 “S-클래스를 위한 6기통 신형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 등 디젤 엔진 개발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E-클래스에 탑재된 신형 디젤 엔진 4기통 OM654에 이어 6기통 엔진인 OM656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OM654처럼 실도로주행 규제(RDE – Real Driving Emissions)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디젤 억제 정책이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따릅니다. 패트리스 마레즈 PSA그룹 부사장은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디젤차가 시내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한 법이 통과된 나라는 노르웨이 오슬로뿐”이라며 “프랑스의 경우 파리 시장이 적극적으로 디젤차의 시내진입을 금지하려고 노력했으나 시장이 직접적으로 할 수 없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폴크스바겐이 미국 디젤차 시장을 접은 것은 특수한 경우지만 예상됐던 일이다. 유럽에선 아직 디젤 수요가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디젤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고압, 고온에 따라 NOx와 PM(입자상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단 점입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도 이를 인정하며 배출량 감소를 위한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슈라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디젤 하이브리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비용관리라는 측면에서 쉽게 도입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루에커트 사장도 “벤츠에서 디젤 하이브리드를 개발 중인지 여부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혁신적이고 새로운 디젤 엔진 개발이 없다면 디젤의 운명은 지금처럼 규제라는 틀에 끼워맞춰 가는 형태로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