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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터클한 ‘카르멘’이 왔다
무대인원·오케스트라 합치면 출연진 200여명 육박
‘카르멘 스페셜리스트’ 엘레나 막시모바 캐스팅
정갑균 연출 ‘오페라 카르멘’ 관록·정통으로 승부




만추에 찾아온 카르멘은 ‘스펙터클’하다. 코러스를 포함해 무대위에 오르는 인원만 115명이다. 오케스트라까지 더하면 200명에 육박한다. 이들의 앙상블은 규모에서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성남아트센터(대표이사 정은숙)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손잡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1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선보인다.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오페라 제작 극장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이래, 두번째 선택이다.

카르멘은 대중에게 가장 친근하면서도 파격적인 오페라로 꼽힌다. 작곡가 비제(Georges Bizetㆍ1838~1875)가 메리메의 동명 소설 ‘카르멘’을 원작으로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스페인 북부 바스크 출신 군인 돈 호세와 집시 여인 카르멘의 치명적 사랑을 그렸다. 

카르멘의 주제곡 격인 ‘아바네라’와 ‘투우사의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멜로디다. 익숙한 멜로디 사이, ‘팜므파탈’의 원형으로도 꼽히는 카르멘의 열정과 자유로움은 돈 호세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녹인다. 말다툼이 벌어진 여공의 얼굴을 칼로 그어버리는 등 질서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불같은 사랑만을 갈구하는 카르멘은 진정 이 사회에 속하지 않는 ‘다른’ 존재다. 여공들의 단정히 묶은 헤어스타일과 대조적으로 풀어헤친 머리를 휘날리며 뭇 남성들의 애를 태우는가 하면, “내가 사랑에 빠지면 조심하는게 좋을거야”라며 완벽하게 자신만을 섬기라고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법, 질서, 규율과는 정 반대지점에 선 카르멘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에너지를 함축한 존재다.

그와 사랑에 빠진 군인인 돈 호세는 보수, 기독교, 안정을 상징하는 존재다. 자신이 지금까지 옳다고 믿었던 세상과 정반대의 카르멘을 사랑하면서 비극적 최후를 만들고 만다. 이에 더해 투우사 ‘에스카미요’와의 삼각관계, 밀수와 살인까지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간다. 19세기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오페라 카르멘의 지휘는 경기필하모닉의 상임지위자인 성시연이 맡았다.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 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젊은 지휘자로 평가받는 성시연은 2007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137년 역사상 최초 여성 부지휘자에 위촉돼 세계적으로 주목기도 했다. 2010년까지 명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의 부지휘자로 활동했고,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공연은 성시연의 첫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기도 하다. 이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그는 “기악 협연보다 성악가와 협연이 세 배는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출연자들의 강한 신뢰를 얻는데는 성공 한 것으로 보인다. 카르멘 역에 더블캐스팅 된 메조 소프라노 엘레나 막시모바는 “지휘자는 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같이 호흡하려한다”며 “공연중에도 눈으로 나를 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정도다”라며 지휘자의 중요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카르멘과 돈 호세의 ‘충돌’이다. 현대적 감수성, 관록과 정통으로 승부하는 정갑균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메리메의 소설은 돈 호세의 관점에, 오페라는 카르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원작의 의도대로 돈 호세의 입지를 오페라에 반영, 카르멘에만 집중하는 연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교도와 기독교, 올바름과 부도덕함, 순수와 퇴폐 등 다양한 가치를 충돌시켜 그 사이 발생하는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캐스팅도 면면이 화려하다. 유럽의 주요극장에서 카르멘으로 호평받으며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메조 소프라노 엘레나 막시모바, 국내 정상급의 메조 소프라노로 타이틀롤 데뷔인 양계화가 카르멘 역을 맡았다. 유럽에서 활동중인 테너 한윤석과 허영훈이 돈 호세 역을 맡았고, 미카엘라 역에는 소프라노 윤정난, 이지혜가 분했다.

에스카미요 역에는 2015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과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한 몽골 출신의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와 여러 장르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바리톤 오승용이 나섰다. 2만5000원~22만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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