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이상의 환자, 수술이 불가능한 3, 4기 암 상태에서 진단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할리우드 스타 패트릭 스웨이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췌장암은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인 암 발생 8위, 암 사망 5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17일 ‘세계 췌장암의 날’을 맞아 췌장암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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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췌장암, 신체 내부 있어 조기발견 어려워=‘이자’라고도 불리우는 췌장은 위장의 뒤쪽 후복막에 위치한 길이 20㎝정도의 길쭉한 장기다. 우측은 십이지장에 둘러 싸여 있으며 왼쪽 끝은 비장과 접하고 있다. 췌장의 주된 역할은 소화액을 만들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여러 호르몬을 만든다.
췌장은 몸의 정 가운데에 있으며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간, 담낭, 비장 등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암이 발생해도 발견하기가 어렵다. 또 이른 단계에서는 특징적인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조기일 때에 발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췌장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다.
한국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매년 5000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7~8%만이 생존한다. 매일 15명이 발병하고 14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췌장절제술 후 사망률은 1~2% 미만으로 줄어들었지만, 국내 전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7~8%로, 전체 암 환자의 생존율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생존율은 최저수준으로 지난 20여년간 눈에 띄는 향상이 없다.
이재민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낮은 이유는 췌장암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조기진단 방법이 개발돼 있지 않아 75%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 4기 암 상태에서 진단이 되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 췌장암에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돼 있지 않아 현재로서 췌장암의 유일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라고 말했다.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초기에 발견된 췌장암은 잘 치료하면 20% 정도의 환자에서는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으며, 1기에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은 그 2배 이상이 된다.
▶췌장암 예방하려면 금연이 필수=췌장암은 초기에 특징적인 증상이 별로 없다. 췌장암에 걸린 이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를 보면 대부분이 위 근처와 등이 답답하다거나 왠지 속이 안좋다거나 식욕이 없다거나 하는 막연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밖에도 식욕의 저하와 체중감소 등이 잘 일어난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들은 췌장암이 아니더라도 여러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췌장암과 연관된 것으로 가장 의심되는 증상은 몸이나 눈 흰자위가 노랗게 되는 황달이다. 황달은 췌장의 머리부분에 암이 생겨 담관이 막혔을 때 일어난다. 몸이 가려워지거나 소변의 색이 진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에 발생한 췌장암은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수 있어 증상을 통해 췌장암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약제와 치료법도 다양하지 않다면 예방에 매진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금연부터 실시해야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2배 정도 발생 위험율이 증가하며, 금연을 해도 10년에서 20년 동안에도 췌장암 발생 위험율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민 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흡연자는 가능한 빠른 시기에 금연을 실시하는 것이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게 과일, 채소, 식이섬유소등의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실시한다. 특히 췌장암은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율이 증가해 대부분 50세 이상(발생 평균 연령은 65세)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따라서 고칼로리, 고지방, 고탄수화물 섭취를 피하고, 비만도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당분 섭취와 음주 역시 피한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살충제, 베타나프틸아민, 벤지딘 등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작업자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작업 시에는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엄수해 화학물질로부터의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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