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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유시민과 이재명, ‘독한 혀’와 사이다 정치에 대한 요구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지난 8일 여의도에 있는 한 한정식집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후보 5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국정 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회동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회의에 앞서 한 대권 후보를 향한 다른 대권 후보들의 가볍지만은 않은 덕담이 오갔다.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착하자, “아주 위협적이에요. 요새”라며 인사를 건냈고, 김부겸 의원도 “이 시장은 뜨는데 (난) 왜 안 치고 올라가냐고 (지지자들이) 난리다”고 거들었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오지 않았지만, 조기 대선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지지율에 민감한 이들이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랜 기간 대권 잠룡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넘어 이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넘보고 있다.



이 시장의 인기는 ‘독한 혀’에서 나온다. 그의 ‘사이다 발언’은 진보층과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NS 헤비유저’인 그는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사안을 놓고 SNS를 통해 정부ㆍ여당을 겨냥한 원색적인 공격도 서슴치 않는다. 자신을 겨냥한 비판에도 거친 말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지지자들은 이런 그를 놓고 “기존 여의도 정치인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이 있다”고 평가한다.

‘독한 혀’에 있어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2003년 4월 그가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나서 당선자 선서를 하고자 국회 본회의장에 흰색 면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것은 정치권의 유명한 일화다. 이때 자신을 비난하던 동료 국회의원에게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 활동을 하되 불관용과 독선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며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대중들에게 ‘투사’의 이미지를 굳힌 셈이다.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 전 장관은 한 종편의 정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겨냥해 불을 뿜는 날선 그의 발언은 시민들과 젊은이들이 묘한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과거 ‘막말’로 굳어진 ‘정치 이단아’의 이미지는 방송을 시작하며 친근한 모습으로 누그러졌다.

이런 유 전 장관이 최근 시민들의 추대로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대체할 새로운 카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유 전 장관이 방송에서 “총리 하라고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부터다. 한 포털사이트 내 ‘유시민을 책임총리로’라는 서명 운동에 약 3만 여명이 동참할 정도로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전 대표와 같은 정치 9단의 거물들이 거론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유 전 장관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재미로 한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대중들의 마음은 엄중하고 무게감을 과시하는 기존 정치인들보다는 거칠어도 강직함이 돋보이는 사람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다. 불통의 정권하에서 누적된 독한 혀와 사이다 정치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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