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화두는 ‘혁신’과 ‘집중’이다.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의 차세대 리더 후보로서 그가 지난 몇년 간 보여준 행보도 이 두 단어로 요약 할 수 있다.
한 쪽으로는 몸집을 줄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인수합병(M&A) 및 신규 진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와 그룹의 체질을 조용히 바꿔왔던 이 부회장의 지난 2년여간 행보는 27일 이사 선임을 계기로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와 가전 등 주력 4축을 기반으로, 일부 사업은 매각하고 동시에 각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수종 사업으로 발을 넓히는 작업이 계속된다. 이 부회장 이사 선임과 함께 통과될 프린터 사업부 매각, 그리고 최근 이뤄진 인공지능 업체 비브랩스 인수는 그 단면이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재계에서는 지난 2~3년간 이뤄진 삼성그룹의 대규모 인수합병과 사업매각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활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화학 사업의 전격적인 매각, 그리고 중공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 같은 굵직굵직한 그룹 내 경영 행보에 병상의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을 골자로 하는 경영 활동이 이 부회장 전면 배치를 계기로 한층 가속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그리고 그룹 차원 신수종 사업으로 투자 중인 바이오에, 자동차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등까지 삼성의 밑그림을 보다 명확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 전반에 펼쳐질 분위기 혁신도 눈여겨볼 과제다. 삼성전자가 지난 여름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방안은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직후 확 바뀔 조직 문화의 예고편이다. 대리, 과장, 부장 같은 호칭을 대신할 ‘님’은 벤처기업의 수평적이고 빠른, 능력 중심의 인사를 뜻한다. 실제 직급체계 역시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해 연봉 및 승진에 반영한다. 회의도 짧고 핵심만 다루고, 보고도 팀장부터 사장, 회장까지 동시에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는 비서도 없이 전용기 대신 일반 항공편으로 세계를 누비는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 회사, 그리고 일반 대중 앞에 보다 자주 모습을 보이고, 또 직접 소통하는 모습도 기대 가능하다”며 “시스템과 체계를 우선시했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또 적극적인 새로운 조직문화에 기반한 신사업 확장, 선택과 집중”을 예상했다. 지난해 6월 삼성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국민들 앞에 서서 사과를 했던 모습이 이제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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